[원성열 기자의 야생 바이크 길들이기②] 나지막한 언덕도 내겐 에베레스트

  • 입력 2008년 12월 1일 08시 37분


8자주행 만만히보다 병원갈뻔…언덕 방향전환도 ‘비지땀’

오프로드 바이크 체험 뒤 역시 예상대로 온 몸이 욱신거렸다.

스노보드나 웨이크보드를 처음 탄 다음날보다 그 강도는 서너배가량 더했다. 움직인 것은 바이크지만 힘을 쓴 건 기자였기 때문이다.

좀 더 힘을 빼야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오프로드 바이크는 기본적으로 미끄러운 흙바닥에서 타야하고 다양한 장애물을 넘어야하기 때문에 운동량이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 오프로드 바이크 대회에 출전할 정도의 실력자들도 코스를 2∼3바퀴 돌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는다. 온 신경을 집중하고, 바이크를 마치 제 몸처럼 컨트롤하며 타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의 목표는 오프로드 바이크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시간 여유를 두고 충분한 연습을 하고 싶지만 올 시즌 마지막 대회가 2주 앞이다.

무리인 것은 사실이지만 대회에 출전해 그 뜨거운 열기를 몸으로 직접 느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BMW 엔듀로 모터파크에서의 교육 외에도 뭔가 특별훈련이 필요했다. 그래서 국내급 상위랭커 이내정 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첫 날 무작정 코스를 돌며 바이크와 친숙해지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번에는 철저히 기본기를 습득할 차례다.

첫 한 시간은 가속과 기어변속, 브레이킹을 반복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가속과 변속, 브레이킹은 모든 모터스포츠의 기본이다.

기본기에 얼마나 충실하느냐는 훗날의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넓은 운동장을 맴도는 단순한 반복 훈련이었지만 한 시간쯤 지나고 나자, 클러치를 잡는 왼손에 쥐가 날 정도로 힘이 들었다.

다음은 8자 주행 순서였다. 코너링의 기본기를 연습하는 것이 목적이다. 8자를 작게 그리면 그릴수록 단순한 핸들 조작이 아니라 체중이동을 이용해 코너를 돌 수 있게 된다.

쉬워보였지만 처음엔 8자를 그리기는커녕 코스를 이탈하기 일쑤였다. 시선처리, 체중이동, 적절한 가감속,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코너링 속도를 늦추면 시동이 꺼지고, 체중이동을 적절히 하지 못한 채 속도가 너무 빠르면 코스를 이탈한다.

1시간쯤 반복하자 큰 8자를 그리던 원이 점점 작아진다. 자신감이 과했을까, 왼쪽 코너로 진입하다 크게 한 번 넘어지고 만다. 안정장비의 중요성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헬멧과 보호대가 없었다면, 이 기사는 한 달 뒤쯤에나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넘어지면서 입은 충격에 잠시 헬멧을 벗고 쉬는 동안에도 머릿속에는 온통 8자 돌기를 성공시키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오프로드 바이크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드는 듯했다. 터프하고 약간은 위험하지만 그 자체가 매력인 것이 오프로드 바이크다.

마지막으로 작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연습에 들어갔다. 1.5m나 될까? 맨 몸이라면 그냥 뛰어올라도 충분한 언덕이지만 바이크에 오른 상태에서 바라보면 아찔할만큼 높다. 오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힘차게 뛰어 오른 뒤 멈추며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더 걱정이다.

첫 번째 시도. 이 작은 언덕이 왜 그리 높게 보일까. 과감히 속도를 높이지 못하고 언덕 중간에 걸리고 말았다. 두 번, 세 번, 열 번쯤 반복했을까? 드디어 앞바퀴가 살짝 들릴 정도로 과감히 가속을 하며 언덕을 올랐다.

오프로드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이라면 가볍게 비웃을만큼 작은 언덕이지만 기자가 느낀 성취감은 컸다. 이렇게 하나씩 작은 장애물을 정복해가는 것이 오프로드 바이크의 매력일테니까.

바이크 교육은 4시간 정도 진행됐지만 첫 날만큼 힘이 들지는 않았다.

조금씩 바이크에 익숙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대회에 나갈 만큼의 실력은 못된다. 대회에 나가겠다고 큰소리 친 것이 점점 후회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 꼴지를 하더라도 도전하는 수밖에는.

<다음회에 계속>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사진= 양회성 기자 yonah@donga.com

협찬=BMW 모터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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