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제 경험으로는 주변 상황이나 다른 운전자와의 상호관계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눈치 없는’ 운전이 과속과 난폭운전만큼이나 자주 사고를 유발하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길에 있었던 일입니다. 오전 2시쯤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쯤을 지나고 있는데 아주 멀리서 상향등의 눈부신 불빛이 천천히 다가오더군요. 하루 종일 컴퓨터를 쳐다보며 일하느라 눈이 피곤한 상태였는데 룸미러를 통해 찌르듯이 들어오는 불빛은 상당히 괴로웠습니다.
당시 제 차의 속도가 시속 110km 정도였는데 한참을 가도 거리가 거의 좁혀지지 않고 계속 눈이 부셔서 속도를 줄이고 그 차를 먼저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그 차의 운전자는 상향등이 켜졌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주변에 있던 다른 차들은 그 차 뒤에 붙어서 상향등을 깜빡이며 ‘분풀이’를 하기도 하고 어떤 차는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아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지만 정작 문제의 운전자는 왜 자신이 그런 처지에 놓이게 되는지 모르고 계속 상향등을 켜고 갔습니다. 또 시속 90km 정도로 무조건 1차로만 달리는 운전자도 봤습니다. 2차로의 트럭과 속도가 비슷해서 두 차로가 모두 막히다 보니 그 승용차 뒤로 길게 줄이 늘어섰고 일부 운전자는 위험하게 추월을 시도하다 트럭을 추돌할 뻔하기도 했습니다. 1차로는 추월차로라는 사실을 아예 모르거나 ‘차로 변경을 하기 귀찮으니 알아서 피해가라’는 심산이었겠죠.
휴게소나 고속도로 진출입로에서 합류하면서 뒤에서 달려오는 차는 생각하지도 않고 주행차로로 불쑥 끼어들고, 들어가야 할 길을 놓쳤다고 갑자기 속도를 줄이거나 심지어 후진을 하는 등 이른바 ‘무(無)개념’ 운전자의 유형은 다양합니다.
경험이 부족한 이유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운전자와의 상호관계와 차량의 흐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인 운전을 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최근 대통령의 규제완화 방침과 관련해 운전면허시험을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절차를 간소하게 하는 것은 좋지만 시험 내용은 실질적인 운전에 도움이 되도록 보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난폭 운전자 못지않게 눈치가 없거나 둔한 운전자도 타인의 목숨을 위험하게 할 수 있는데 이는 운전을 배울 때부터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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