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꽉 막힌’ 유통업계 M&A

  • 입력 2008년 12월 2일 02시 51분


G마켓, 환율 급등에 美이베이와 협상 장기화

힐튼호텔 매각 무산… 바이더웨이는 논의 중단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매각 건이 불발로 끝났다.

올해 3월 힐튼호텔의 소유주인 싱가포르 부동산투자회사 CDL코리아와 5800억 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던 부동산개발회사 강호AMC는 지난달 28일까지 계약금 580억 원을 제한 나머지 인수대금 522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사실상 계약이 무산됐다.

강호AMC 관계자는 “힐튼호텔을 인수한 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국내 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 새 주인 찾지 못한 매물들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유통 및 식음료업계 인수합병(M&A) 매물들의 체감온도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힐튼호텔처럼 거액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매각 논의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오픈마켓(온라인장터)업계 1위인 G마켓의 매각 협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G마켓 인수를 저울질했던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가 미국 내 경기 침체와 매출 감소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데다 G마켓의 주가와 환율 등 외적 변수도 크게 변해 연내 타결 가능성이 낮아졌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G마켓 주가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주당 15.79달러로 마감했다. 올해 초 주가 27.05달러와 비교하면 41.6% 하락했다.

M&A업계에 따르면 협상 초기 이베이가 G마켓의 최대주주인 인터파크에 제시한 매입가격은 주당 35달러 선이었지만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 1000원 안팎이던 원-달러 환율도 1500원 선에 육박하자 일부에서는 협상 결렬 가능성마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이랜드가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회사인 코람코투자신탁에 팔기로 했던 뉴코아아울렛 강남점도 올해 3월 코람코가 투자자들을 모으지 못해 계약이 불발된 뒤 현재까지 마땅한 인수자가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 “내년경 M&A 큰 장 설 것”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제과회사 기린은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CJ와 인수합병 이야기가 오갔으나 인수금액에 대한 양측 간 이견이 커 현재는 논의가 중단됐다. 식품업계에서는 기린이 부산 기업이다 보니 ‘동향(同鄕) 기업’인 롯데제과 측에서 사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지만 양측 모두 이 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파산한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도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소유하고 있던 서울 중구 명동의 쇼핑몰 엠플라자(옛 유투존 건물)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펀드나 회사가 대주주인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과 오비맥주, 바이더웨이도 올 초부터 매각설이 돌았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마땅한 인수처를 찾지 못해 매각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황이다.

반면 신세계는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내 메사 빌딩을 1300억 원에 사들였다. 신세계 측은 “매장으로 쓸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사무용 건물로 활용성이 커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홍콩에서 사모투자펀드를 운용 중인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말 위기를 넘기고 주가 바닥을 확인한 내년경 M&A의 큰 장이 설 것”이라며 “그동안 한국 M&A 시장 거품이 심해 투자를 꺼렸던 기업이나 금융자본들이 ‘이삭줍기’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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