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 모터스(GM)가 위기 극복을 위해 보유 브랜드 가운데 사브(Saab Automobile), 폰티액, 허머 등 최소한 3개의 브랜드를 없애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디트로이트 프리프레스가 1일 보도했다.
한때 큰 체구, 튼튼한 차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허머는 이미 수개월째 매물로 나와 있으며 러시아 재벌과 터키의 사금융 그룹 등이 입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브는 구매 희망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GM은 사브 브랜드를 통해 유럽에선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에서의 손실로 상쇄되는 실정이다.
사브와 함께 스웨덴산 자동차의 대명사인 볼보(Volvo Cars) 브랜드를 갖고 있는 포드도 올해 초 볼보를 팔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사브와 볼보는 안전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으나 미국 내 판매는 신통치 않다. 미국에서 볼보는 올해 8만2000대, 사브는 2만 대 판매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아예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를 하나로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빅3가 지닌 가치를 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하나의 회사로 합쳐 최고의 브랜드로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보레와 포드, 캐딜락 등 명성이 여전히 괜찮은 편인 브랜드는 살리되 폰티액과 머큐리, 새턴 등은 과감하게 내버리라는 것.
세 업체를 합치면 내년도 예상 판매량에 비해 220만 대 이상을 초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게 된다. 그러면 미국 내 9개 공장은 문을 닫아야 한다.
이들 자동차 업체에 긴급 금융구제를 해줄지를 놓고 정치권에서 찬반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빅3 경영진은 4일 상원에, 5일 하원에 각각 자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경쟁력 상실의 원인으로 꼽히는 과도한 복지 문제에 대해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론 게틀핑거 위원장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UAW는 이미 2005, 2007년 단체협상을 통해 임금과 복지에 관해 양보를 했다”고 반박한 뒤 “하지만 경영진 등이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걸 전제로 추가 양보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