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사업 중 틈내 시, 소설 창작…장애문인, 단체 후원
유학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인간의 근본과 뿌리에 초점을 맞춘 인성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인이 있다. 바로 토지정책연구소를 운영하는 최하우(61.崔夏雨) 대표다.
“사람이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정도(正道)를 걸어야 하고 정도(正道)라 함은 인간이 바르게 걸어야 할 길을 말한다.”
그가 강연을 의뢰받은 기업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할 때마다 강조하는 대목이다. 대개 인성교육은 마음의 바탕을 교육한다는 뜻이다. 곧 마음의 구성요소인 지, 정, 의를 교육하는 것이고, 인간으로서 바람직하고 보편타당한 가치를 추구하며 그 가치를 완성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는 달리 대부분의 기업 인성교육은 처세술이나 직장 내 인간관계, 기본적인 예절 수준 등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최 대표의 인성교육은 속깊은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
사실 최 대표는 건설사업을 운영하는 경영인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부동산 개발현장 점검이나 각종 협상에 여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인성교육 전도사’로 탈바꿈한다.
이처럼 인성교육에 관심을 갖고, ‘인간 형성의 양식’에 대한 탐구와 실천에 앞장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 대표가 곧 한학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안 대대로 세간에 명성을 날렸던 유학자 집안이다. 그런 이유로 어릴 적부터 선친을 통해 한학을 엄격하게 교육받아 동몽선습, 명심보감, 소학, 통감, 대학, 중용 등을 두루 섭렵했다.
이처럼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최 대표의 할아버지는 다름 아닌 노백 최명희(老栢 崔命喜) 선생이다. 노백 최명희 선생은 서태안 지역의 유명한 유학자로서 다시 간재전우(艮齊田愚) 선생과의 인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우 선생은 19세기의 성리학자로서 대유학자였던 신응조의 권유를 받아 임헌희 문하에서 노론 학자들의 학통을 이어 이이와 송시열 사상을 흡수한 수제자다. 고종 19년에 강원도 도사(江原道都使) 중추원 찬의(中樞院責議) 등에 임명되기도 했으나 모두 사양하고 최명희 선생의 주선으로 태안군 근흥면에 와서 지역 유풍(儒風)을 크게 활성화한 인물이다. 1905년 을사조약 체결 때는 세 차례에 걸쳐 ‘청참오적(請斬五賊)’이란 상소문을 올려 을사오적을 처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명희 선생은 바로 그 전우 선생의 수제자였다. 그의 할아버지 역시 성품이 근엄 정직하고 그 학문적 지식이 탁월해 당대 대표적 유학자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고 한다. 한 때 국권회복을 위한 모의를 하다가 고초를 겪기도 하는 등 당시 일본 식민통치에 저항하는 실천적 지식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최 대표는 이런 집안 전통에도 불구하고, 한학자로서의 삶이 아닌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왔다. 1970년대에는 백일장을 통해 가수로 나섰고 ‘군산항 블루스’, ‘사랑을 느낄 때’같은 데뷔곡을 중심으로 30여 장의 음반을 내놓았다. 또 80년 대에는 코미디언 남성남 씨 등과 함께 연예활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동안의 연예계 삶을 접고 부동산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사업가로서 변신에 성공했어도 그의 내면에는 늘 한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유학적 신념이 따라다녔고, 이것이 유학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한국적 성공학’을 만들어냈다.
최 대표의 ‘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1972년에는 <나의 노래>라는 시집을 출간했고 78년에는 창작소설 <귀로>를 썼다. 2002년에는 자신이 쌓아온 한학을 집대성한 <국민보감>(도우미 출판사)를 출간하는 등 틈날 때마다 책을 낸 것이다. 게다가 지난 2007년에는 부동산 시장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축 부동산 대발견>(부연사)을 공동집필하기도 했다.
그의 유학적 세계관이 담긴 <국민보감>을 비롯해 창작시나 소설을 살펴보면, 그가 감춰온 ‘사랑의 추억’이 깊숙히 담겨져 있다. 그와의 인터뷰 과정에서조차 ‘사랑의 밀어’를 공유하려는 속내가 비처진다. 무엇보다도 그에게 ‘시’나 ‘소설’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아름다운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보였다.
그는 베푸는 삶에도 익숙하다. 오래전부터 최 대표로부터 경제적 후원을 받고 있는 한국장애인문인협회의 김호종 회장은 “단순한 후원자가 아니라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예의를 갖추며 함께 하는 선배며 형제”라고 말한다.
김 회장은 ‘시은(施恩)이어든 물구보(勿求報)하고 여인(與人)이어든 물추회(勿追悔)하라’(명심보감 존심편)는 말처럼 후원 때마다 명예나 보답과 상관없이 베푸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부족한 후원을 탓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냉철하고 꼼꼼한 사업가이다. 또한 자기관리가 철저해 부동산 개발에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지략을 발휘해 오히려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왔다. 이 분야에서 비교적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온 것이다.
실의와 고통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최대표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오늘의 이 역경을 잊고 싶지 않다. 결코 안주할 수 없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말로 정신을 단련시켜야 한다고 충고하며 "용기를 내어 문제와 정면으로 부딪쳐야 합니다. 어렵다고 피하거나, 무서워서 피하거나 제3자를 대신 내세우고 종적을 감춰 연락 두절시키는 것은 시간 연장에 불과하며 더 나쁜 화근을 초래하지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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