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위기 속에도 ‘알짜 채권’은 숨어 있다

  • 입력 2008년 12월 3일 02시 58분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촉발된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신용 공여의 보수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디레버리징(자산 매각 등을 통한 차입금 축소)의 가속화는 이머징 마켓(신흥시장) 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이들 지역에서 자금 회수와 투자 축소가 지속되고 있다.

또 금융기관 간 자금거래가 사실상 단절되면서 금융 자산의 단기 부동화가 심화되고 신용위험 프리미엄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다. 신용창출이 원활하게 돼야 하는데 몇몇 금융기관이 위험해지면서 서로 자금을 빌려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용경색과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글로벌 주식시장뿐 아니라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 채권 시장에도 유동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은행 등 중개기관들이 자금이 부족하고, 그나마 보유하고 있는 자산도 미 재무부증권(국채) 외에는 투자하는 것을 매우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 상황에서 미국 국채는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거두긴 했지만, 다른 국공채시장에서는 대부분 수익률이 저조했다. 올 10월 말 기준으로 국채 대비 상대수익률을 살펴보면, 주택저당증권(MBS)은 ―1.86%, 공사채권은 ―2.80%, 주정부채권은 ―4.80% 등으로 정부 발행 채권 중에서도 보증 우선순위가 뒤처지는 채권일수록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정부의 보증이나 담보가 있는 채권조차 수요가 줄어들면서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상대수익률은 민간부문으로 넘어가면서 더 벌어져, 자산유동화증권(ABS)은 ―17.03%, 회사채는 ―19.30%, 투자등급 금융채는 ―22.17%까지 내려갔다.

금융시장의 유동성 흐름이 제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돼 금융기관의 정상화가 이뤄지고 신용이 창출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용 공여의 보수화 현상’이 완화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주요국 정부가 이를 위해 금리 인하와 통화 공급 확대를 주된 정책수단으로 채택하고 있어 곧 글로벌 채권 시장에 우호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시장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채권시장에는 분명 투자 기회가 존재한다. 특히 원리금 상환 능력이 우수하거나 자금 조달 능력이 있고, 내재가치가 충분한 채권들을 선택하는 안목이 지금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김동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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