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때 빛나는 두뇌들’… 재무-홍보통이 뛴다

  • 입력 2008년 12월 3일 02시 58분


■ 주요기업 재무-홍보담당 파워엘리트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波高)를 넘기 위해 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곤경에 처했을 때 사람의 ‘숨은 본모습’이 나오듯 기업들도 어려울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 최근 들어 주요 그룹의 재무 및 홍보 전문가들이 주목받는 이유도 이들이야말로 위기 때 진정한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곳간지기’로 불리는 재무 전문가들이 회사의 안방을 든든히 지키고 ‘최전방의 첨병’ 역할을 하는 홍보 전문가들이 외부 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기업은 경쟁력을 갖는다. 한국 대기업의 대표적인 재무 및 홍보 전문가들을 살펴본다. 》

자금줄 쥔 수문장… 공격적 M&A 이끌기도

과거 외환위기 때 재계에서는 회사의 생존을 지켜낸 ‘수비형 재무 전문가’들이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는 수비뿐만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인수합병(M&A) 같은 공격도 잘해야 한다. 최근 각 그룹에서 각광받는 재무전문가 가운데는 이런 유형의 임원이 많이 눈에 띈다.

강유식 ㈜LG 부회장은 1998년 LG그룹 구조조정본부장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외자 유치, 선진 기업과의 합작 경영, 우량 기업에 대한 기업공개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란 난제도 잡음 없이 진두지휘해 구본무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구 회장과 LG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간 ‘컨센서스 미팅(CM)’에 빠짐없이 참석한 유일한 ‘LG맨’이기도 하다.

이재경 ㈜두산 부회장은 1973년 두산건설의 전신인 동산토건에 입사해 두산식품, 오비맥주 등을 거쳐 외환위기 시절에는 ㈜두산 전략기획본부 상무로 일했다. 그룹 전략 구상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두산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상하 두산인프라코어 전무도 그룹 구조조정 작업의 중심에 있었다.

삼성전자 CFO인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은 연간 매출 100조 원의 삼성전자 안살림을 맡아온 대표적 재무·관리 전문가이다. 외환위기 때 삼성전자가 거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을 때 강력한 구조조정과 혁신으로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 그룹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7월 이후 삼성의 주요 사업 방향 결정에서 입김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무 전문가가 많은 GS그룹의 대표적 재무통은 그룹 지주회사인 GS홀딩스의 서경석 사장이다. 옛 재무부 관료 출신인 서 사장은 1991년 LG그룹에 입사한 뒤 외환위기로 부실화된 LG종금과 LG투자증권의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 ‘실적 개선 전문가’로 불린다. 허창수 그룹 회장이 공개적으로 “서 사장과 내 생각은 전적으로 일치한다”고 말할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인 채정병 부사장은 재무와 법무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치밀한 업무 처리’가 돋보이는 채 부사장의 자금 운용 스타일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롯데그룹의 성향과 잘 맞는다.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인 정태환 부사장은 2003년 현대차 경영분석팀장(이사대우)으로 임원 반열에 올라선 뒤 5년 만인 올해 초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CFO를 맡았다. 치밀하고 분석적인 업무 능력에다 확신이 드는 사업은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고속 승진’의 비결로 꼽힌다.

STX그룹의 국내 사업 지원을 책임진 변용희 ㈜STX 부사장은 꼼꼼하고 치밀하면서도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평을 듣는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에 핵심적 역할을 한 한화그룹의 홍동옥 부사장, 금호아시아나그룹의 M&A 작업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이용주 전무, 49세로 ㈜SK의 역대 최연소 CFO인 장진원 전무도 각 그룹을 대표하는 재무 전문가들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불황 뚫는 PR의 힘… 브랜드 파워 관리 나서 ▼

최근 주요 기업의 홍보 책임자들은 단순히 ‘기업의 입’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 관리까지 책임지고 있다. 불황 때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 있어야 호황이 오면 도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위기 때 중요성이 더 높아진다. 이런 점을 감안해 최근 몇 년간 주요 기업 인사에서 홍보 전문가들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삼성브랜드관리위원장인 이순동 삼성그룹 사장은 경제위기 속 삼성의 브랜드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중앙일보 기자를 거쳐 1981년 삼성전자로 직장을 옮긴 뒤 줄곧 홍보를 맡아온 이 사장은 한국 재계의 대표적 홍보 전문가로 꼽힌다. 국가 이미지를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홍보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LG그룹 홍보팀장인 정상국 ㈜LG 부사장은 1990년부터 홍보를 맡았고 그룹 명칭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변경하는 그룹통합이미지(CI) 작업 등을 진두지휘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필요한 내용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는 평을 듣는다. 세계적 불황 속에서 LG의 경영 화두인 ‘고객 가치 경영’을 효과적으로 전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봉경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홍보담당 부사장은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서비스, 기아자동차 홍보실을 두루 거친 후 올해 10월부터 그룹 홍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기삿거리’가 많은 현대차그룹의 각종 홍보 현안에 대해 차분하지만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발 빠른 대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SK㈜ 브랜드관리실장인 권오용 부사장은 2004년 SK그룹에 ‘홍보 전문가’로 영입됐다.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태 등으로 추락했던 그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미지를 빠르게 회복시킨 위기관리 능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진 ㈜두산 사장은 1978년 오비맥주에 입사해 1984년 그룹 기획실로 옮긴 뒤 쭉 홍보 업무를 맡아와 두산그룹에서 처음으로 사장급 홍보책임자로 승진했다.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 사장도 겸하고 있다.

롯데그룹 홍보실장인 장병수 전무는 동아일보 사회2부장 등을 거쳐 2001년 롯데쇼핑 홍보실장으로 영입됐고 2006년 전무로 승진했다. 그는 “홍보에 앞서 언론인과 언론사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김상영 포스코 홍보담당 전무는 업무에 대한 판단력과 함께 몸을 던지는 활동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이 적은 포스코의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경제 관료와 삼성전자 전무를 거친 장일형 한화그룹 부사장과 기아자동차 출신의 엄성용 효성그룹 전무도 재계에서 인정받는 홍보 전문가다. 장성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무는 그룹 이미지를 ‘아름다운 기업’으로 재정립한 공로로 한국PR협회로부터 ‘2008 올해의 PR인’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일부 기업 홍보 임원들은 본연의 역할은 소홀히 하고 ‘사내(社內) 정치’에 더 관심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유형의 임원들은 재계 홍보맨들 사이에서 ‘월급 도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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