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기 침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파산하거나 부도를 내는 기업과 개인이 크게 늘어 부도율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연체율이 급속히 오르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충남 지역 9, 10월 어음부도율(전자결제 제외)은 각각 1.10%로 2001년 8월의 2.06% 이후 가장 높았다. 10월 제주 지역 부도율은 1.04%로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0.87%)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부도율이 급격히 늘고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에는 법인의 기업회생(옛 법정관리) 신청과 개인들의 파산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접수된 법정관리 신청 건수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87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신청 건수 29건의 3배에 이른다.
개인 파산 신청자도 올해 들어 10월까지 9만9218명으로 3년 연속 연간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과 개인의 파산이 늘면서 금융권에는 연체율 비상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총연체율은 올해 6월 말 0.7%, 9월 말 0.9%에서 10월 말 1.0%까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외화 대출을 제외한 원화 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말 0.74%, 올해 6월 말 0.79%, 9월 말 0.97%로 가파르게 올랐다.
각 은행은 신성건설 부도와 C&그룹의 워크아웃 등을 시작으로 중견 업체 부도가 이어지면서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지리라 보고 연체율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1일 월례 조회에서 “4분기 들어 연체율이 전 산업군에 걸쳐 급격히 오르고 있어 은행 건전성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연체율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직원들에게 “앞으로 실물경기가 상당히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12월 한 달간 연체관리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에서 분기 말과 연말에는 연체율 관리를 하기 때문에 10, 11월에는 연체율이 오르고 12월에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올해는 경기가 워낙 급격히 얼어붙어 연말의 국내 은행 총연체율도 1%를 넘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저축은행의 9월 말 기준 연체율은 16.0%로 6월 말보다 2%포인트 뛰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14.3%에서 17.0%로 뛰어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자금난이 심각한 캐피털사(할부금융, 리스)들도 연체율이 지난해 말 2.8%에서 9월말 3.7%까지 급증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