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 자동차산업이 오일쇼크 이후 30년 만에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대격변기’에 돌입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확산된 뒤 “중·소형차의 경쟁력을 앞세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해온 현대·기아차가 내부적으로는 현재 상황을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2008 해외주재원 특별교육’에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회사의 위기는 (한국 등 세계 자동차업계를 위협할) ‘쓰나미’로 몰려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특별교육에는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 주재원과 해외영업 담당 직원 170여 명이 참석했다.
자동차산업연구소는 이날 내놓은 자료를 통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선 앞으로 4, 5년간 필사적인 생존경쟁이 진행될 것”이라며 “연평균 성장률은 높아봤자 2%대에 머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약 3.4%, 4.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국 자동차업계 빅3의 몰락이 한국차에 기회라는 기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회의적인 견해가 나왔다.
박홍재 자동차산업연구소 소장은 “엔화 가치 상승이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차에 유리할 수는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일본차의 가격은 환율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다”며 “일본차는 결국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빅3가 몰락했다고 해서 한국차가 미국 시장을 선점한 일본차의 경쟁력을 앞서기가 쉽지는 않다는 점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국내 시장 상황은 경제위기가 심할 경우 ‘신용카드 버블 붕괴’ 시기와 유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산업연구소는 해외 주재원들에게 기존 판매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큰 몸집을 변화에 민첩하도록 바꾸는 ‘체질 개선’ 등을 주문했다. 박 소장은 “이럴 때일수록 해외 주재원들이 현장의 문제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며 “현장의 정보를 본사와 즉각 공유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숨기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