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텐슈타인-스위스 등에 5개안팎 국내기업 자금 은닉”

  • 입력 2008년 12월 3일 02시 58분


국세청, 조세피난처 비자금 첫 추적

독일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에 계좌정보 요청

해외 로비자금-정치인 비밀자금 드러날수도

국세청은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의 조세피난처에 5개 안팎의 한국 기업이 회사 자금을 은닉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계좌 정보 입수에 나섰다.

2일 복수의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국내 세무조사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조세피난처로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판단하고 그중 5개가량의 기업을 추려 독일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의 세무당국에 이들 기업과 관련된 계좌 정보를 요청했다.

국세청이 과거 국내 조사의 연장선상에서 조세피난처에 숨긴 자금을 추적한 적은 있지만 애초부터 해외 비자금을 찾아낼 목적으로 기업 조사 자료를 활용해 외국 세무당국과 공조하는 것은 처음이다.

우선 국세청은 리히텐슈타인에 자금을 숨긴 것으로 확인된 한국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위해 조세조약이 체결돼 있는 독일 세무당국에 관련 계좌 정보를 요구했다. 독일이 올해 초 리히텐슈타인 은행의 비밀계좌 정보를 확보한 점을 감안해 한국과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리히텐슈타인 내 한국 기업의 비자금을 우회적으로 밝히려는 것이다.

또 국세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스위스나 룩셈부르크 등 비밀계좌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나라들과도 ‘한국 기업의 계좌 정보를 넘겨 달라’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조사에는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실과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과 국제거래조사국 인력이 동원됐다. 국제조세 협력, 국제세원 파악, 국내외 기업 조사를 담당하는 국세청과 서울지방청 핵심 부서들이 해외 비자금 실태 파악을 위해 이례적으로 공동 작업을 진행 중인 것.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금까지 파악된 한국 기업의 비자금 규모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기업들이 보관해 둔 해외 로비용 자금이나 정치인의 비밀자금이 드러날 수 있다. 고구마 줄기를 잘 잡으면 고구마가 줄줄이 엮여 나올 수 있지만 줄기가 끊기면 더는 안 나온다.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조사가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조세피난처(Tax Haven):

기업이나 개인의 소득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거나 매우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지역.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키프로스, 모나코, 케이맨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으로 이들 조세피난처로 빼돌려진 자금이 11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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