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쏟아졌던 기업들의 '불황기' 광고가 10년여 만에 다시 유행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희망과 용기'라는 공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10년의 세월만큼 광고의 내용도 많이 달라졌다.
동아일보 산업부는 3일 광고회사 웰콤 및 HS애드와 함께 광고업계 데이터전산망 '베이시스넷'을 통해 10년 전과 최근 광고를 조사해 분석했다.
외환위기 직후 불황기 광고의 가장 큰 주제는 애국심이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일어난 '금 모으기' 운동의 기폭제도 이런 애국심에 호소한 광고 등이 한몫했다.
1998년 8월 동아일보에 실린 LG그룹의 기업 광고 제목은 '나라사랑은 모두를 승리자로 만듭니다'였다. 같은 해 11월에 게재된 포스코(당시 포항제철) 광고는 '제2건국의 큰 산맥'이라는 문구 아래 한반도 사진이 담겨 있었다.
올해는 애국심보다는 격려와 응원이 주를 이룬다. SK그룹은 동아일보 등에 '어려울수록 더욱 웃고 힘내세요'라는 주제로 연중 캠페인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광고의 주인공이 아버지에서 가족으로 바뀐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10년 전 비씨카드의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CM송은 지금까지도 불려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가정에서 '아버지'의 경제적 역할이 축소되면서 최근에는 '아버지'보다 '가족' 간의 사랑과 믿음을 주제로 한 광고가 크게 늘었다.
삼성건설은 '엄마가 없으면 집이 텅 빈 것 같다'는 아이의 말을 통해 가족과 집의 소중함을 전달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SM5에 들어간 스마트에어백을 엄마의 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외환위기는 많은 국민들에게 신분과 소득의 급격한 추락을 안겼다. 이로 인한 당시는 현실에 대한 좌절과 과거 회고 심리를 겨냥한 '복고풍' 광고도 유행했다.
태평양제약의 '케토톱' 광고는 국민체조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했고, 화면을 흑백을 처리했다. 이수일과 심순애를 주인공으로 한 'OB라거' 광고, 홍수환의 4전5기 신화를 담은 '카스' 광고 등 유난히 복고풍이 많았다.
반면 올해는 '유머'와 '웃음'이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LG텔레콤의 '오주상사' 캠페인은 최근 대표적인 유머 코드 광고로 꼽힌다.
연수영 HS애드 지식홍보팀 국장은 "소비자들이 10년 전에 비해 불황기에 대처하는 태도가 많이 의연해졌음이 광고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며 "기업들도 적극적인 광고 활동을 통해 의연하게 브랜드 관리를 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