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후의 만찬’ 없어질 듯

  • 입력 2008년 12월 4일 02시 56분


이건희 前회장 생일인 1월 9일 열렸던 CEO와의 모임

李 前회장, 경영 관련 오해 안사려 행사 잇단 불참

삼성그룹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앞두고 열리던 이른바 ‘최후의 만찬’이 앞으로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후의 만찬’은 매년 1월 9일 이건희(사진) 전 삼성그룹 회장의 생일 때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해 갖는 비공식 저녁 모임이다. 이 행사 직후 사장단 등 고위 임원 인사가 이뤄져왔기 때문에 이런 명칭이 붙게 됐다.

복수의 삼성 임원은 3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올해 1월 9일에 이어 내년 1월 9일에도 ‘최후의 만찬’이 열리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 전 회장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행사는 비공식적으로도 갖지 않고, 참석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측이 ‘최후의 만찬’ 날 같이 열렸던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을 이번에는 12월 1일로 바꾼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들은 “삼성인상 수상자들은 특별승급 포상을 받는데 시상식을 1월 9일에 하면 곧바로 발표되는 인사에 그 승급 내용이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건희 없는 삼성 인사’에 대비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회장의 이 같은 ‘페이드아웃(fade-out·점점 보이지 않게 됨)’은 ‘김용철 변호사 폭로 사건’과 특검이란 돌발 상황을 맞으면서 진행돼왔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19일 부친인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20주기 추모식에 불참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1월 9일 ‘2007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 △같은 해 6월 3일 ‘제18회 호암상’ 시상식 등에 잇달아 참석하지 않았다.

특검 재판까지 진행되면서 국내 유일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면서도 8월 8일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회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 전 회장이 1996년 IOC 위원에 당선된 뒤 올림픽에 불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전 회장의 페이드아웃 속도만큼 삼성의 새로운 리더십이 ‘페이드인(fade-in·점점 뚜렷해짐)’하지 못하는 데 삼성의 근본적 고민이 있다”는 얘기와 함께 “내년 초의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향후 3∼5년간 삼성 체제의 1차 밑그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