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씽씽 잘 달리던 고속도로가 무엇 때문에 갑자기 이렇게 막혀버린 것일까.
알고 보니 고작 앞서가던 차량 한 대가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밤새도록 가도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체증이 거짓말처럼 뚫렸다. 단지 고장 난 차량 한 대를 치웠을 뿐인데.
작년까지 그렇게 잘나가던 세계경기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해버린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세계경기에 충격을 몰고 온 고장 난 차량은 무엇인가. 따지고 보면 매우 간단하다.
세계경기를 가장 앞서 달리던 차량은 미국 주택경기다. 세계경기를 이렇게 최악의 상태로 몰고 온 사고 차량은 주택가격이 하락한 미국의 일부 주(州)다. 세계경기, 중국, 소비, 투자, 환율, 유가도 모두 뒤따르던 차량에 불과하다. 앞서가던 고장 난 차량이 치워지지 않으면 뒤따르던 차량이 움직일 수 없다.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매입 전환으로 반등랠리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안정될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계속 매입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지만 이는 난센스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어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떨어진 것이다. 인과관계가 정반대이다. 국내 요인으로 환율이 안정되기를 기대하기는 이미 글렀다. 정책의 신뢰성 면에서 더는 기대할 것이 없다. 그렇다면 최근 며칠간의 외국인 매입은 지속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입의 지속 가능성은 미국 은행들의 자금 사정에서 찾아야 한다.
글로벌 자금 흐름으로 본다면 아직도 헤지 펀드들의 디레버리지(부채 축소) 과정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유로 약세, 달러 강세, 엔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헤지 펀드가 환매 압박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헤지 펀드의 대주주인 미국은행의 자금 사정이 개선되는 징후가 모기지 금리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떨어지지 않던 미국의 모기지 대출금리가 씨티은행의 구제금융 투입과 정부의 모기지 채권 매입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모기지 대출금리가 6%대 중반에서 5%대 중반으로 떨어져 주택버블 붕괴 이전인 2003년 수준(5% 초반)에 근접하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다. 그만큼 헤지 펀드에 대한 환매 압력도 줄어들 수 있다. 고장 난 차량에 서서히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박춘호 이토마토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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