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35% “영업이익 내고도 돈구경을 못하니…”

  • 입력 2008년 12월 4일 20시 39분


판매대금 회수못해 현금수입 적자…돈 안돌아 ‘흑자도산’ 위험

국내 기업 3곳 중 1곳은 자금이 돌지 않아 영업이익을 내면서도 현금 수입은 마이너스 상태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제품 판매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해 '흑자 도산'하는 기업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일 내놓은 '최근 시중자금 흐름의 특징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코스피시장 12월 결산법인 629곳의 1~9월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을 내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은 219곳(34.8%)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13.6%)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손영기 대한상의 재정금융팀장은 "판매가 이뤄져도 자금시장 경색으로 외상 판매가 늘거나 어음 결제가 많아지는 등 판매대금 회수가 부진하고, 수요 둔화로 재고가 늘면서 기업에 유입되는 현금이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영업활동 현금 수입을 매출액으로 나눈 '영업활동 현금흐름 비율'은 2004년 12.6%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해 올해 1.6%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역시 1998년(9.7%)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통화 유통속도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광의통화(M2)로 나눈 '통화 유통속도'는 올해 2분기(4~6월) 0.720, 3분기 0.703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0.763, 0.752보다 낮아졌다.

대한상의 보고서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도산한 기업 중 영업이익을 내고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이 절반 이상이었다"며 "시중자금이 실물부문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흑자 도산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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