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산펀드마저 ‘휘청’

  • 입력 2008년 12월 5일 02시 59분


상승일로 선박-부동산펀드 설정액 10월에 첫 감소

실물위기로 리스크 커져… 신상품 출시 취소 잇달아

《국내 자산운용사인 A사는 3개월 동안 공들여 준비한 선박펀드와 중개무역펀드 등 두 종류의 특별자산펀드 출시를 최근 포기했다. 이 회사는 1000억 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9월 금융위기 이후 벌크선운임지수(BDI)가 급락하자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고 판단해 투자자를 모집하던 마지막 단계에서 사업을 접었다. 해외업체로부터 고철을 구입한 뒤 다른 해외업체에 넘겨 수익을 내는 중개무역펀드도 하반기(7∼12월)의 원자재 값 하락으로 포기했다. 회사 측은 “특별자산펀드는 투자하는 사업을 잘 고르면 증시가 나빠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지금은 환율, 실물경기가 다 문제라 이 시장도 침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 특별자산펀드, 안전지대 아니다

특별자산펀드는 주식이 아닌 특정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상품으로 투자대상은 부동산, 선박, 광물 관련 사업 등 다양하다. 한때 ‘대안투자’ 또는 ‘분산투자’의 대상으로 각광받던 특별자산펀드가 휘청거리고 있다.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이 모두 혼돈상태에 빠지면서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률을 노리고 투자할 만한 곳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4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 특별자산펀드 설정 규모는 2006년 말 3조9345억 원, 2007년 말 9조2785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12조761억 원으로 빠르게 증가하다가 10월 말 11조5390억 원으로 처음 감소했다.

하나UBS자산운용의 ‘하나UBS세계로선박특별자산2’는 펀드 자금으로 선박을 구입한 뒤 용선료(배 임대료)로 수익을 내는 펀드다. 그러나 선박을 빌려간 해운회사 C&라인이 10월 선박 운항을 중단하면서 투자자에 대한 연 2회의 이익금 지급이 중단됐다. C&라인은 C&중공업 등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C&그룹의 계열사다.

흥국투신운용은 철지난 이월상품을 아웃렛 등에 다시 판매하는 의류 유통업체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회사 측은 가계 소비가 줄면서 수익이 예상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별자산펀드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부동산 사업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식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대부분 사모(私募)펀드라 정확한 현황 파악이 어렵지만,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이익금 지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 경기침체로 예상 밖 리스크 높아져

일부 특별자산펀드는 투자대상 사업체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금의 채권을 사들인 뒤 이자를 받는 형식으로 운용된다. 사업체에 투자자금을 지원한 뒤 수익의 일부를 받기도 한다.

하이자산운용 윤기훈 특별자산투자팀장은 “특별자산펀드는 채권이자처럼 정기 이익금을 받는 상품이 많고, 금융시장 흐름과 펀드 수익이 직결되지 않아 최근 2∼3년간 분산투자 차원에서 관심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현재 설정액 100억 원 이상인 특별자산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10∼+10% 선으로 주식형펀드보다는 양호하다. 그러나 펀드 전문가들은 특별자산펀드는 자산가치가 실시간으로 평가되지 않아 부실한 부분을 사전에 파악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한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파트장은 “특별자산펀드는 만기 때 부동산, 선박 등 관련 자산을 매각해 수익을 돌려줘야 하는데, 시장에 돈이 안 돌면 매각 자체가 안 되는 등 예상 밖 리스크가 있다”며 “실물 경기 회복이 증시보다 오래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특별자산펀드 시장의 회복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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