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0조 매출 포스코 1797억 안내려 로비?

  • 입력 2008년 12월 5일 03시 00분


■ ‘조세포탈 고발 막기위한 로비’ 혐의 의문점

금품로비 기업에 치명적… ‘상식밖 도박’ 했을까

“세무조사뿐 아니라 추후 편의 부탁한것” 해석도

세금 탈루도 논란… 조세심판원 결론 못내

‘포스코는 왜 세금을 탈루했을까, 국세청에 로비를 했다면 왜 했을까.’

2005년 포스코가 조세포탈로 검찰에 고발되는 걸 막기 위해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게 로비한 혐의를 서울 서부지검이 수사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진 2가지 의혹이다.

세무조사를 받기 전 해인 2004년 매출액이 19조7925억 원에 이르렀던 세계적인 철강회사가 세금을 탈루했다는 점이나, 1797억 원의 추징금을 아끼기 위해 국세청 수장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혐의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기업에 치명적일 수 있는 금품로비를 했다는 건 상식 밖이라는 지적이다.

세금 탈루와 관련해 포스코는 “투자비용의 처리에 대한 견해차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포스코는 작년까지 15년에 걸쳐 1조6000억 원을 투자해 친환경 설비 ‘파이넥스’를 개발했다. 이 중 5541억 원을 포스코는 투자된 해마다 전액 세액 감면받을 수 있는 ‘연구개발비’로 처리했다. 반면 국세청은 이를 ‘설비투자’로 봤다. 설비투자는 감가상각 방식으로 8년에 걸쳐 비용 처리해야 한다.

포스코는 일단 추징금을 모두 냈지만 이 같은 견해차 때문에 조세심판원(당시 국세심판원)에 과세 불복 청구를 했다. 조세심판원은 이 사건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3차례 상임심판관 회의를 열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금품로비를 예단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만약 로비가 있었다면 포스코가 당시 정권의 실세였던 이 전 청장을 상대로 당면한 세무조사뿐 아니라 추후 기업 활동에 편의를 봐달라는 차원에서 금품을 제공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로비가 있었다면 별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2005년 세무조사 당시 대구지방국세청이 조사 중인데도 국세청은 서울청 조사4국 인력을 추가 투입하고 조사기간을 연장하는 등 조사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포스코에 거액의 추징금을 매기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세청은 통상 자산 100억 원 이상인 법인에 대해서는 탈루액이 매출액의 15%를 넘으면 고발한다. 포스코의 추징액 1797억 원은 매출액 19조7925억 원의 0.9% 수준이어서 탈루액 기준으로만 보면 고발 대상은 아니다.

이날 포스코 직원들은 ‘별일이야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최근 검찰이 KT 남중수 사장과 KTF 조영주 사장을 구속한 뒤 재계에 떠돌았던 ‘다음은 포스코 차례’라는 소문이 현실화될까 우려했다.

일부 직원은 과거 일부 포스코 최고경영자(CEO)가 정권이 바뀐 뒤 검찰 조사를 받은 기억을 떠올리며 “또 한 번 외풍(外風)에 흔들리는 게 아니냐”며 걱정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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