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은 협력업체에서 나옵니다. 협력업체를 단순히 거래 대상이 아닌 동반자로 여기는 원칙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조붕구(43·사진) 사장이 이끄는 ‘코막’은 파쇄(破碎)장비인 유압브레이커를 비롯해 건설 중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수출 비중이 90% 이상이다.
지난달부터 경기 안산시 단원구 목내동 코막의 외부 출하장에는 제품이 쌓여 있지 않다. 대신 협력업체 한 곳이 들어와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 협력업체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조 사장이 시중보다 싼 임대료를 받고 선뜻 출하장을 내준 것이다.
그는 “물류비도 줄이고 제품 생산 계획을 바로 옆에서 조절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내년 5월 완공 예정인 충북 음성군의 공장에도 협력업체 5곳을 들어오게 할 예정이다.
조 사장에게 2008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11월 선물환 거래인 줄 알고 가입한 환헤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가 회사의 발목을 잡았다. 손실을 줄이려고 올해 2월 키코에 추가 가입했지만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재까지 키코로 인한 손실액은 46억 원 정도다.
하지만 조 사장이 더 안타까운 것은 자금 사정이 나빠지는 바람에 협력업체에 제때 결제를 못해줘 3개 회사의 부도를 지켜봐야 했던 것이다.
내년 2월이면 키코 계약 금액을 거의 해결한다는 그는 한 해 동안 배운 것이 많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 금융권을 찾아다닌 끝에 9월 네덜란드의 한 은행에서 160만 유로(약 30억 원)를 대출받기도 했다.
조 사장은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협력업체와 상생관계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며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성장한 200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