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뚫은 장애인공장 ‘위캔’…최고 고집하고 나이트클럽서 단합

  • 입력 2008년 12월 5일 11시 42분


“우리는 쿠키를 팔기 위해 직원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팝니다.”

경기도 고양시 벽제동에 있는 수제 과자회사 ‘위캔’은 회사 이름 보다는 ‘아름다운 쿠키집’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곳은 전체 직원 56명 가운데 40명이 정신지체장애인이다. 이들은 공익요원들과 함께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심히 과자를 굽는다. 대표이사는 수녀님이다. 쿠키의 재료는 대부분 국산이다. 우리 밀, 땅콩, 검은 깨, 유기농 설탕, 유정란.

140g당 2000원에서 3000원 가량 되기 때문에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맛과 품질이 알려지면서 경기 한파 속에도 올해 10억원의 연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2001년 설립된 위캔 쿠키가 처음으로 손익 분기점을 넘기는 것이다. 경제난이 몰아닥치고 있지만 이 회사는 창사이래 첫 흑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노동부에서 인증받았다.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공공 서비스로 수익을 내는 업체를 ‘사회적 기업’ 이라고 하는데 현재 110여개의 기관이 인증 받았다. 일반기업이 이윤추구가 목적이라면 사회적 기업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 이윤은 사회취약계층들의 자활이나 자립을 위해 다시 투자된다.


▲영상취재: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4일 아름다운 쿠키를 만드는 회사 위캔의 대표 조진원 수녀를 만나봤다. 샬트로 성바오로 수녀회 소속 조 수녀는 장애인 시설 애덕의 집에서 직업재활프로그램으로 제과실을 운영하다가 우리 밀 쿠키를 만들어 판매하는 방안을 구상하게 됐다.

“장애인 친구들이 제과와 같은 단순 반복 작업에 강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늘 같은 작업을 하는데도 많이 지루해 하지 않고 더 섬세하게 세밀하게 합니다.”

어떤 기업이든 초창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법이다. 판로를 개척해야 하고 홍보도 해야 하고 처음 하는 사업에 곤란함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장애인들을 데리고 하는 일이니 고충을 갑절이었을 터.

“장애인들이 만든 쿠키를 제 가격을 받고 팔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재료부터 신경을 썼습니다. 가능한 것은 모두 국산과 유기농을 쓰고 우리나라에서 수입해야 하는 재료들은 공정무역으로 들어오는 제품을 썼습니다. 마가린은 전혀 넣지 않고 100% 버터만 씁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는 수제품 과자이니 품질도 자신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좋은 과자를 만든다는 생각은 조 수녀뿐만 아니라 장애인 근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불시에 둘러본 쿠키 공장은 청결했고 소독도 철저했다. 초록색 스카프를 멘 고참 근로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위생 검사도 맡아 한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이 보이면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제품을 검수하는 사람들도 장애인들이었다. 밝은 등 아래 세 사람이 앉아 쿠키 10개를 한손에 집고 꼼꼼 하리 만치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했다.

“며칠 전에 멜라민 파동 때문에 친구들이 지하철에서 신문들을 봤더라고요. 저를 보더니 너무 놀라운 일이 이라면서 ‘과자도 먹으면 안 되고요, 우유도 안 되고요~’ 했어요. 그래서 우리 쿠키는 어떠냐고 하니까 ‘최고예요’라고 엄지를 치켜드는 거예요. 자신들이 만드는 과자를 최고라고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뿌듯했어요. 그런 자세라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일도 일이지만 장애인 근로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나이트클럽’이라고 한다.

“저희는 매년 나이트클럽에 갑니다. 우리 친구들이 처음 제주도 호텔 나이트클럽에 갔는데 3시간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춤을 추었어요. 거의 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들이 없을 정도였죠. 캠프나 해외여행을 다녀오기 전에는 절대 비밀이랍니다. 그걸 알면 너무 흥분하기 때문에 저희가 질문 공세에 견뎌낼 수가 없어요.”

조 수녀에게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말해 달라고 했다. 그는 ‘우리 친구들이 성장하는 게 보일 때’라고 말했다.

“과자 성형을 하려면 적어도 수 개념이 10단위는 알아야 하고 반죽은 1000단위를 알아야 해요. 계속적인 훈련을 통해서 그램 수를 재고 과자 이름 외우다가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되면 장애인 친구들이 스스로 알아서 제품도 만들고 자기 일이 끝나면 옆에 친구도 도와주면서 일합니다. 우리 장애인 친구들이 상조회가 있는데 그 간부를 맡은 친구가 어느 날 저 보고 ‘겨울이 되서 다시 총무를 뽑을 때가 됐는데 누가 될지 참 궁금하다’고 하면서 서운함에 눈물을 흘렸어요.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게 우리 친구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위캔에서는 과자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재활프로그램도 병행한다. 매일 모닝 미팅이 있고 치료공동체 프로그램을 한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알코올 중독자를 치료하기 위해 나온 것이지만 자발적인 참여와 책임을 중시하기 때문에 장애인 교육에도 잘 맞는다고 한다. 이 곳의 16명의 일반직원 중에도 사회복지사와 재활치료사, 간호사가 11명이다. 이들은 장애인들의 재활프로그램과 근로를 보조하고 있다.

얼마 전 사업가로 변신한 가수 이상우 씨는 자신의 ‘롤 모델’로 위캔을 꼽은 바 있다. 발달장애 아들을 둔 이상우 씨는 사회적 기업을 세우는 게 목표라고 한다. 조 수녀에게 이상우 씨를 대신해 조언을 구했다. 조 수녀는 “사업 경험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사회적 서비스”라는 말을 했다.

“간단한 일은 아니 예요. 잘 생각해 보시라고 하고 싶어요. 장애인 근로자들은 돈만 버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전에 박사학위 논문 쓰는 학생이 여기 와서 조사를 했는데 우리 친구들이 첫 번째로 이 곳에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아 좋았고, 두 번째로 정신적인 성장, 그리고 세 번째가 경제적인 이유를 들었다고 합니다.”

조 수녀는 끝으로 ‘장애인 생산품 우선 구매제도’ 같은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말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교육을 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결국 시장에서 소비되지 않으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 10 명은 더 취업시키고 싶지만 공간이 없어서 그러지 못해 아쉽다는 말도 했다. 지금으로선 “제품에 대한 품질 관리를 더 철저히 해서 장애인 생산품이라서가 아니라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없는 의미 있고 질 좋은 쿠키를 만들어내는 것이 꿈이고 소망”이라고 말했다.

글=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영상=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yjj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