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7000억원 이상 증자”… 신용보강 나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0월 이후 1.25%포인트 끌어내려 4.0%로 하향 조정했지만 회사채 금리는 여전히 8%대 후반을 맴돌고 있다. 또 은행들이 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에 적극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통로도 얼어붙어 기업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기에 출범시켜 회사채를 사주고 은행이 대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기업의 신용을 보강해 주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바로 혜택을 느낄 수 있도록 정부, 한은, 국회가 서둘러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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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채 금리 8%대 후반 고공비행
5일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회사채(AA―) 금리는 연 8.80%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10월 27일(7.87%)보다 0.93%포인트 높다. 이 금리는 2007년 말(6.77%)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반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같은 기간 4.52%에서 4.17%로 0.35%포인트 떨어졌다.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 간 격차도 4%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이는 기업 구조조정과 부도 등에 대한 신용 위험이 커지면서 회사채를 사려는 수요가 뚝 끊기고 안전자산인 국채 선호 심리가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제2금융권의 한 채권 담당자는 “경기가 침체되면 기업의 부도 리스크가 커져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간의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실물 경기 침체와 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회사채를 사려고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20개 건설업체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회사채 발행 규모도 줄고 있다. 11월 회사채 발행 규모는 2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 월평균 회사채 발행 규모(2조6000억 원)보다 작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발행은 더 어렵다. 전체 회사채 발행 물량 중에서 BBB등급 이하 회사채 비중은 올해 1∼8월 16.4%를 차지했지만 9월에는 3분의 1인 5.3%로 급락했다.
○ 채권안정펀드 이르면 중순경 출범
기업에 대한 ‘신용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는 한은과 정부 당국이 유동성을 아무리 공급해도 기업에 돈이 가지 않는다. 기업은 은행의 신규 대출을 받기가 그만큼 어려워진 데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직접금융 조달도 어려워지게 된다.
이 때문에 은행의 자본 확충 노력과 함께 기업의 직접금융시장인 채권시장 안정과 기업 신용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한 ‘신용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당국도 1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해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자본금을 5000억 원(신보 4000억 원, 기보 1000억 원) 늘려 기업에 대한 보증 여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채권안정펀드는 재원 등에 대한 논의가 끝나지 않아 일러도 이달 중순경에야 3조∼5조 원 규모로 1차 출범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신보와 기보에 대한 증자 규모도 내년 경기 침체 등을 예상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보 측도 내년도 보증 규모(33조5000억 원)를 감안할 때 자본금 대비 적정 보증배율(12.5배)을 맞추려면 최소 8000억 원의 증자가 필요하고, 정부의 추가 보증 확대조치 등을 소화하려면 1조 원 이상의 출연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회에서 신보 증자 규모를 7000억 원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7000억 원의 증자가 이뤄지면 보증 여력은 8조7500억 원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신보와 기보의 증자가 이뤄지더라도 연체율 폭증을 막기 위해 기업의 ‘옥석 가리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