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자금 조달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화는 애초 밝힌 9조 원의 자금 조달 계획을 최근 6조 원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10월 24일 대우조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보유 현금 및 유동성 자산 2조 원 △우량 비상장 계열사 기업공개(IPO) 3조 원 △보유 부동산 매각 2조 원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 2조 원 등 9조 원의 인수자금 마련 계획을 밝혔다.
당시 한화의 입찰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6조5000억 원 안팎을 써낸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갈수록 경기가 나빠지면서 한화그룹의 자금 마련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우선 자산 가치 하락이 계속되면서 한화는 보유 부동산 매각을 전면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생명 등 우량 계열사의 IPO를 통한 자금 마련도 시간상으로 어렵게 되자 상장을 전제로 대한생명 주식의 약 20%를 매각하는 프리-IPO를 통해 일정 자금을 마련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한화는 10월 말 인수자금 계획 발표 때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국민연금의 투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측이 8∼9%의 수익률과 대한생명의 일정 지분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 관계자는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다른 신규 사업을 후순위로 돌릴 정도로 인수 의지가 높고 자금도 마련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들이 발을 빼거나 조건을 더 까다롭게 바꾸고 있고, 은행으로부터 자금 차입도 힘들어 전체적으로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지난달 19일 이행보증금으로 입찰금액의 약 5%인 3000억 원을 납입했다. 올해 말 본계약을 할 때 10%를 내고, 내년 3월 말까지 나머지 85%를 지불해야 한다.
한편 대우조선 노조가 실사(實査)를 허용하지 않아 한화는 4주간의 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한국산업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화와 산업은행은 양해각서(MOU)에서 본계약 후 대우조선의 부실이 발견되면 추가 가격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 폭은 3∼5%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한화는 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따른 부담도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