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좋은 운동선수로 누가 있을까요. 아마 여러분은 테드 윌리엄스나 아널드 파머 같은 훌륭한 선수를 떠올릴 겁니다. 그 선수들이 벌 만큼 벌고 나면 운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요. 단지 돈 때문에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만일 테드 윌리엄스가 야구에서 최고 보수를 받으면서 2할2푼을 친다면 마음이 어떨까요? 반면에 최저 보수를 받으면서 4할을 친다면 마음은 훨씬 편하겠지요. 이것이 내 일에 대해 내가 갖는 느낌입니다. 돈은 내가 좋아하는 어떤 일을 아주 잘했을 때 생기는 부산물입니다.”
―1988년 정기 주주총회, 워런 버핏》
“오늘 어떤 사람이 그늘에 앉을 수 있는 이유는 오래전에 누군가 나무를 심어 놓았기 때문이다.”(워런 버핏·1991년 1월 ‘버펄로 이브닝 뉴스’)
워런 버핏의 삶을 보면 우연을 믿지 않고 철저히 수학적 사고에 기초해서 정직하게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버핏을 갑부나 부자라고 하기보다는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이라고 한다. 이는 주식투자를 복리로 하듯이 인생 역시 긴 안목으로 살아온 원숙한 인격의 현인이기 때문이다.
버핏은 돈을 버는 데도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었지만,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데도 열심이었다. 버핏은 매년 자신이 보유한 재산의 5%를 기부해 왔다. 그리고 2006년 6월 25일 마침내 그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85%를 다섯 곳의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버핏은 이 중 6분의 5를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기로 발표했다. 게이츠 재단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이 운영하고 있다. 버핏은 가장 많은 돈을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이유에 대해 “나보다 돈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제공한 기부금은 기부한 당해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버핏은 기부를 하는 데 있어서도 자신의 투자 스타일을 적용한 것이다.
버핏의 효율적 자본 운영은 그의 낭비하지 않는 삶에서도 엿볼 수 있다. 버핏의 일상은 매우 검소하다. 50년 넘게 같은 집에서 살았고 한번 구입한 자동차는 10년 이상 몰았으며 식사로 햄버거와 콜라를 즐겨 먹었다. 그는 주주들에게서 가장 적은 수수료를 받는 투자자이며 그가 운영하는 버크셔해서웨이는 불과 17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검소한 삶 이면에는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명성이 함께하고 있다.
버핏의 검소한 삶에 대한 이야기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여러 번 대중에게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의 캐서린 그레이엄은 자서전에서 자신의 경영선생이었던 버핏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언젠가 ‘재무제표 분석법’과 벤저민 그레이엄이 투자 초보자를 위해 쓴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책을 서둘러 읽으라고 했다. 오마하 국립도서관에 소액의 연체료를 물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또 “종종 그는 편하게 대충 옷을 입는데, 그 차림새가 흡사 특별히 신경 써서 옷을 차려입은 시골 농부 같다”고 주변인들이 말할 정도다.
버핏은 사실상 세상의 유혹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 파티를 즐기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음료수도 체리코크 이외에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그는 어느 정도 절제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해 왔다. 한번은 버핏이 한 카페에서 식사를 하기 전에 점원에게 3.95달러짜리 할인쿠폰을 내밀었고, 나중에 계산서에 할인 명세가 적혀 있는지 꼼꼼히 살폈다는 일화도 있다.
버핏에게 투자업은 돈을 버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십분 활용하는 터전이었을 것이다. 그가 단순히 돈을 추구했다면 재산의 85%를 기부하겠다는 발표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목회자가 되기를 원했던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어릴 적부터 돈을 버는 데 관심이 많았던 버핏은 뛰어난 수리적 감각을 갖고 있었다.
결국 대학에서 수학과 재무학을 전공한 후 독자적으로 투자조합을 결성해 투자자의 길로 들어선다. 투자조합을 해체하면서 여유자금을 확보한 그는 저평가된 기업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투자자로서 최고의 지위라고 할 수 있는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기록된다.
버핏의 삶처럼, 성공적인 삶이란 물질적인 풍요 자체가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을 즐길 줄 알고, 그것으로부터 따라오는 물질적 풍요를 지혜롭게 사용할 줄 알며, 주변 사람에게도 유익을 주는 것임을 우리는 자주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어느덧 12월에 접어들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임으로 바쁠 시기다. 하지만 사회가 어려워질수록 조그만 정성을 주변의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면 의미가 커지지 않을까? 자신의 것을 남에게 줄 수 있는 여유로움도 버핏을 따라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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