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먹을거리 이대로 좋은가]<1>

  • 입력 2008년 12월 8일 12시 06분


▲[표] 시도별 친환경 농산물 학교 급식 지원실적
▲[표] 시도별 친환경 농산물 학교 급식 지원실적
동아일보 2008 수습기자 멀티미디어 기획

《아무리 둘러봐도 자녀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중국산 저질 식품이 넘쳐나고, 유해성분이 들어간 불량 과자들도 학교 앞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소득수준에 따라 아이들의 먹을거리 수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본보의 취재결과 서울 지역의 초등학교 급식비는 한 끼 당 최고 750원의 차이가 났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300~400원 차이가 급식의 질을 완전히 바꾸어 놓습니다.

초등학생의 70%가 재료비가 20원도 되지 않는 싸구려 과자를 먹어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과연 우리의 아이들을 이대로 방치해야 할까요?

올해 10월 본사에 입사한 동아일보 수습기자들이 아이들의 먹을거리 문화를 긴급 진단했습니다.》

서울시내 초등학교 한 끼 당 급식비 최고 750원 차이…아이들 건강도 양극화 우려

서울시 친환경 급식지원 전국 꼴찌

전남 순천시가 친환경 급식지원 70억원으로 가장 많아

서울 구로구의 A초교. 최근 한 끼 당 급식비를 190원 올렸다. 물가가 계속 올라 예전 급식비로는 제대로 된 식단을 짤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급식비 인상을 부담스러워했다.

이 학교는 보다 안전하고 영양이 풍부한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하고 싶지만 급식비를 부담스러워 하는 학부모들 눈치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A초교의 급식비는 한 끼 당 1910원으로 여전히 서울 시내 초등학교 가운데 낮은 수준이다.

A초교보다 한 끼 당 급식비가 360원 높은 서울 송파구의 B초교. 이곳에선 모두 친환경 식재료만을 사용한다. 특히 이 학교는 11명의 조리사에 배식도우미만 32명을 두고 있어 조리사만 4명에 불과한 A초교와 큰 차이를 보인다.

A초교(전교생·663명)는 조리사 1명당 166명을 담당하는 반면, B초교(전교생·932명)는 조리사 1명당 그 절반인 85명을 담당한다. 300원의 급식비 차이가 가져온 결과다.

학교 급식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본보가 서울시내 전체 초등학교 급식비를 조사한 결과 한 끼 당 최대 750원의 차이를 보였다. 구별로는 강남 3구인 서초구(2103원), 송파구(2062원), 강남구(2061원)가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반면 서대문구(1897원)와 마포구(1898원), 금천구(1905원)의 평균 급식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급식비가 싸다고 언제나 급식의 질이 낮은 것은 아니다. 유통과정 등에서 얼마나 효율성을 높이느냐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식사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급식비 차이가 식사 질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밥만 하더라도 A초교는 20㎏에 2만3000원인 정부미로 짓지만, B초교는 20㎏에 5만8000원인 유기농 쌀을 쓴다.

이처럼 아이들의 건강권과 직결된 학교 급식이 지역별 소득수준에 따라 양극화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뒷짐을 지고 있다.

2006년 4월 학교 급식 부실 파문이 일자 정치권은 '학교급식법'을 전면 개정했다. '학교 급식에는 품질이 우수하고 안전한 식품을 이용해야 한다'는 조항도 마련했다. 또 좋은 품질의 식재료를 학교에 공급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만들도록 권유했다.

지자체가 센터를 만들어 공동구매를 하면 아무래도 개별 학교가 식재료를 구입할 때보다 저렴하고 우수한 재료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서울시에는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단 한 곳도 없다. 초등학교 급식비 평균액이 가장 낮은 서대문구는 2008년도 예산 심의 당시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비로 7억3000만 원을 책정했지만 구의회에서 전액 삭감했다.

'교육청과 시청에서 하지 않는 일을 굳이 구에서 할 필요가 있겠느냐', '재정자립도가 서대문구보다 높은 구에서도 하지 않는 사업'이라는 것 등이 구의회 의원들의 반대 이유였다.

그나마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 강북구 등 상대적으로 급식비가 낮은 지역의 지자체들이 잇달아 급식지원조례를 제정해 내년부터 친환경 급식으로 전환하는 학교에 추가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 지자체의 지원금액은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인 전남 나주시의 급식지원비(10억 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친환경농산물 학교 급식 지원액이 전국 꼴찌다. 올해 서울시가 책정한 예산은 아예 없고, 각 구청이 책정한 예산을 모두 더해도 6억4400만 원에 불과하다. 울산(6억7200만 원), 부산(7억4000만 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급식 지원액이 가장 많은 전남(333억9500만 원)에 비하면 2%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전남 순천시는 도 예산 20억 원과 시 자체 예산 50억 원을 더해 모두 70억 원을 친환경 급식 지원에 쓰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순천시의 모든 학교는 농산물은 물론 육류까지 친환경 재료로 급식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에 시행할 친환경 급식 시범사업을 위해 44억 원을 책정했다. 이 중 40억 원은 각 학교의 오븐 구입비여서 10개 시범학교에 돌아가는 식재료 지원금은 학교당 4000만 원에 불과하다.

이기영 호서대 식품미생물학과 교수는 "친환경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비타민, 미네랄 함량이 20~30% 높고, 면역물질 함량이 100~200%까지 높다"며 "한 끼 당 몇 백 원의 지원으로 아이들의 건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표 : 서울시내 전체 초등학교 급식비 및 위생 점검 평점 현황

남윤서 수습기자 bar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