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입주예정자 “분양때 낸 채권매입액 돌려달라”

  • 입력 2008년 12월 8일 21시 16분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의 중대형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2년 전 청약 때 부담했던 채권 매입액을 돌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나섰다.

이는 최근 집값 급락으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아져 입주예정자의 손실이 커진데 따른 요구로 주택경기 불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8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판교 입주예정자들로 구성된 판교채권환수대책위원회는 입주민 2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9일 국토해양부와 청와대, 대한주택공사에 내기로 했다.

대책위는 청원서에서 "정부가 2006년 판교 분양 당시 투기를 막기 위해 전용면적 85㎡ 초과인 아파트에 채권입찰제를 적용해 실제 분양가를 시세의 90%선까지 높였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지금은 그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거품이 낀 시세를 기준으로 채권 매입액을 정했지만 지금은 주택가격이 30~40%까지 폭락해 입주민 대부분이 기존 주택을 팔아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하는데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정부는 채권입찰제를 폐지하고 판교 입주예정자들이 냈던 채권매입액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2006년 판교 분양 당시 사업시행자인 주공 등이 정한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300만 원선. 여기에 청약자들이 매입한 채권을 금융회사에 할인해 팔면서 생긴 손실액(평균 1억7069만 원)까지 합친 실제 분양가는 3.3㎡당 1800만 원대였다.

대책위는 채권 매입액을 모두 환급해주든지, 주공이 분양가를 30% 정도 할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06년 판교 분양 당시 채권입찰제를 적용한 아파트 3841채에 12만 7000명이 몰렸으며 청약자의 86%인 10만 9000명이 채권상한액을 써 냈다. 채권상한액을 써 낸 청약자만으로 집계한 실질경쟁률이 28.4대 1에 달했고, 채권상한액을 써 낸 사람 중 당첨자가 결정됐다.

대책위 관계자는 "현재 입주예정자 중에는 도저히 잔금을 내기 어려워 입주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며 "현 경기 상황을 감안해 계약을 포기한 사람에게 위약금(분양가의 10%)을 물리지 않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 당국자는 "분양 절차에 동의해 분양 받은 뒤 집값이 하락했다고 채권입찰제를 폐지해 달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채권 매입액 상한선을 쓰지 않아 분양에서 탈락한 사람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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