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최근 집값 급락으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아져 입주예정자의 손실이 커진데 따른 요구로 주택경기 불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8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판교 입주예정자들로 구성된 판교채권환수대책위원회는 입주민 2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9일 국토해양부와 청와대, 대한주택공사에 내기로 했다.
대책위는 청원서에서 "정부가 2006년 판교 분양 당시 투기를 막기 위해 전용면적 85㎡ 초과인 아파트에 채권입찰제를 적용해 실제 분양가를 시세의 90%선까지 높였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지금은 그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거품이 낀 시세를 기준으로 채권 매입액을 정했지만 지금은 주택가격이 30~40%까지 폭락해 입주민 대부분이 기존 주택을 팔아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하는데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정부는 채권입찰제를 폐지하고 판교 입주예정자들이 냈던 채권매입액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2006년 판교 분양 당시 사업시행자인 주공 등이 정한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300만 원선. 여기에 청약자들이 매입한 채권을 금융회사에 할인해 팔면서 생긴 손실액(평균 1억7069만 원)까지 합친 실제 분양가는 3.3㎡당 1800만 원대였다.
대책위는 채권 매입액을 모두 환급해주든지, 주공이 분양가를 30% 정도 할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06년 판교 분양 당시 채권입찰제를 적용한 아파트 3841채에 12만 7000명이 몰렸으며 청약자의 86%인 10만 9000명이 채권상한액을 써 냈다. 채권상한액을 써 낸 청약자만으로 집계한 실질경쟁률이 28.4대 1에 달했고, 채권상한액을 써 낸 사람 중 당첨자가 결정됐다.
대책위 관계자는 "현재 입주예정자 중에는 도저히 잔금을 내기 어려워 입주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며 "현 경기 상황을 감안해 계약을 포기한 사람에게 위약금(분양가의 10%)을 물리지 않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 당국자는 "분양 절차에 동의해 분양 받은 뒤 집값이 하락했다고 채권입찰제를 폐지해 달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채권 매입액 상한선을 쓰지 않아 분양에서 탈락한 사람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