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체험-설명 도우미
4개국어-12명 배치해
23종 380개 제품 전시
영어 메뉴는 다소 불편
《삼성전자가 지난달 중순 서울 서초구 서초사옥으로 이전을 완료하면서 본격적인 ‘강남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로부터 2주 동안 공을 더 들인 끝에 새 정보기술(IT) 홍보관인 ‘삼성 딜라이트(d′light)’가 3일 일반에 공개됐죠.
삼성 사장단도 개관 당일 처음 둘러봤을 정도로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이곳은 최첨단 기술로 무장돼 글로벌 기업의 야심작답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삼성이 이 홍보관을 마련하는 데 2년 이상 걸렸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홍보관 운영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신원일 대리는 “하루 1700∼1800명이 방문한다”며 “워낙 전시관이 커 붐빈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지만 점심시간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합니다.》
직접 둘러보니 홍보관의 기본 콘셉트는 ‘글로벌’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되더군요. 물론 삼성 측도 이에 동의합니다.
우선 방문객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체험을 도와주는 스태프 20명 중에는 현지 수준의 외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어 능통자가 12명이나 있습니다. 언어별로는 △영어 5명 △일본어 3명 △스페인어 2명 △중국어 2명 등입니다. 이들은 모두 한 전시회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돼 있는데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삼성 딜라이트를 위해 새로 선발한 사람들입니다. 삼성의 역사와 제품을 공부하고 방문객 응대 요령 등을 배우기 위해 3개월간 별도로 교육을 받았다고 하네요. 삼성다운 꼼꼼함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스태프 중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사람이 있습니다. 중국인 장산위(25·여) 씨입니다. 그는 2년 전 남편과 함께 한국에 와서 외국어학원에서 일하다가 정규 취업비자를 받은 뒤 곧바로 여기에 지원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정말 사랑받는 기업이에요. 삼성에 입사한 것은 아니지만 삼성과 관련된 일을 하게 돼 기쁩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중국 활약상을 보면 그저 ‘사탕발림’으로 치부하긴 어려운 대목입니다. 23종 380여 개의 전시 제품도 대부분 해외에서 출시된 것이어서 글로벌이라는 기본 콘셉트에 충실해 보입니다.
다만 한 가지 작은 아쉬움도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분명 “삼성 딜라이트가 ‘도심 속 디지털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그런데 해외 출시용 제품이 즐비하다 보니 방문객이 이를 체험하려면 영어를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 TV를 켤 때, MP3플레이어를 작동할 때도 모두 영어 메뉴를 이해해야 합니다.
스태프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지만 20명이 수백 명의 방문객을 일일이 안내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글 버전 제품을 함께 비치하는 ‘친절’을 베풀었다면 어땠을까요. 세계적 전자업체인 삼성전자가 삼성 딜라이트를 통해 자사(自社) 홍보 외에 대중이 IT를 더욱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정작 IT에 어두운 장년층은 괴리감을 느끼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듭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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