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임원 14년만에 지방 中企방문… 하소연 쏟아져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왼쪽)이 8일 광주 북구 광주첨단산업단지 내 중소기업을 방문해 이 회사가 만든 광케이블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왼쪽)이 8일 광주 북구 광주첨단산업단지 내 중소기업을 방문해 이 회사가 만든 광케이블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술 협력-인력 지원 절실 지방 투자도 늘려줬으면…”

임원단, 경영 심각 인식

“대기업 - 중기 협력하면 위기 극복 더 빨라질 것”

“우리가 필요한 인력도 서울에 있고, 기계 설비가 고장 나도 부품 사러 서울에 가야 하고…. 지역에 인력과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획기적인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이 기술 협력이나 인력 지원을 해주면 더 좋고요.”(광케이블 제조업체 A사 사장)

대기업 위주로 회원사를 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4년 만에 지방 중소기업 현장을 찾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석래 회장과 정병철 상근부회장 등 전경련 임원들은 8일 광주 북구 광주첨단산업단지를 방문하고 동구 지산동 광주신양파크호텔에서 광주 전남 지역 기업 대표들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잇달아 가졌다. 전경련 주요 임원들이 지방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한 것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자동화설비 제조업체인 율원엔지니어링 문창식 사장은 “쓸 만한 사람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며 “10년이 지나면 자동화 설비 설계를 할 수 있는 인력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 일감을 중국에 뺏기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 사장은 특히 “공고나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자를 중기가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해 병역을 면제해 주는 등의 혜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기업에서 100억 원 프로젝트를 하나 하면 그것으로 먹고사는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에 해외 투자도 중요하겠지만 국내 투자도 많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지방에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요청도 있었다.

가전제품 부품 제조업체인 화성정밀 정일승 사장은 “1980년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조성된 광주첨단산업단지에는 여전히 빈 땅이 있다”며 “이는 당시 모 대기업이 할당받아 우선 땅을 산 뒤 정권이 바뀌길 기다렸다가 반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에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정치적인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세금 등의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도로 철도 등의 인프라를 건설해 기업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투자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전남 지역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는 “기업들이 수주할 때 계약금을 주고 공정에 따라 중도금을 주는 등 자금지급을 앞당기면 중소기업 자금 사정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 “금형 업체들이 대기업에 납품을 할 때 설계도면까지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는 등의 지적도 나왔다.

조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방 중소기업의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 같다”며 “품질 관리와 기술 개발 등의 부문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을 강화해야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이뤄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주=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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