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 분석 투자 판단에 별도움 못줘”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주가 추이를 미리 알려주는 ‘선제 시그널(신호)’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새로운 추세로 움직이던 주가를 나중에 추인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증권업계에서 나왔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8일 ‘2009년 기업 실적과 관련된 논점들’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애널리스트의 문제점은 실적 추정치 변화가 늘 주가에 후행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기업의 실적이 바뀔 조짐을 보이면 이런 사실을 시장에 미리 알려 투자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줘야 하는데 그런 기능이 미약했다는 것.

김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지난해 10월 말 고점을 기록했는데도 분석가들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조정된 것은 올해 8월부터였다”며 “대세 하락이 시작된 이후 초기 9개월간 분석가들의 이익전망치는 오히려 상향조정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가 고점과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기 시작한 시점의 차이는 2000년 이후 3∼9개월에 달했고, 이런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요인에 대해 김 연구원은 “주가를 설명하려고 실적 추정을 하지만 실제 작업은 경기상황에 영향을 받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경기보다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실적 추정의 변화가 주가에 선행해서 나타나기 어렵다”고 고충을 밝혔다.

따라서 강세장에서 기업분석가들이 실적 추정치를 올리는 속도보다 주가 상승 속도가 빠르면 시장을 조심스럽게 바라볼 필요가 있고, 반대로 약세장에서 실적 추정치 하향속도보다 주가하락 속도가 빠르면 저평가 메리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김 연구원은 소개했다.

한편 김 연구원은 최근 10년간 연말에 발표된 기업분석가들의 다음 해 기업이익 추정치와 실제 실현이익을 비교한 결과 과소추정이 3회였고 과대추정은 5회, 예상치와 실적치 차이가 5% 이내로 근접했던 사례는 2회로 조사됐다며 “기업분석가들의 이익전망치가 항상 과장됐던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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