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에 사실상 배당축소 권고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대출 줄이지 말고 기본자본비율 9% 이상으로”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들에 기본자기자본(TIER1)비율을 9% 이상으로 높이라고 권고했다. 이는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우려해 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배당을 줄이는 등 자본확충을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8일 “최근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불러 내년 초까지 기본자기자본비율을 9% 이상으로 끌어올리도록 노력하라고 권고했다”며 “이 기준에 맞추려면 시중은행들은 총 11조 원 가까이 기본자본을 확충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경기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본자기자본을 미리 확충해놓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준은 지난달 중순 은행들에 외화채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해주는 대신 맺은 양해각서(MOU)에서 권고했던 8%보다 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금감원은 기본자기자본비율을 높이되 대출은 줄이지 말라고 은행들에 권고했다. 대출을 줄이지 않고 비율을 높이려면 각 은행은 증자를 하거나, 배당을 줄이거나, 하이브리드 채권(신종자기자본 증권)을 발행해야 한다.

9월말 현재 은행들의 기본자기자본비율은 평균 8.28%. 국민은행 9.17%, 신한은행 8.50%, 외환은행 8.31%, 우리은행 7.64%, 하나은행 7.43% 등이다. 이 비율을 9%로 높이려면 은행별로 기본 자기자본을 최고 3조5000억 원 늘려야 한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요즘 증시 상황에서 증자는 어렵고, 자기자본의 15%로 제한된 하이브리드 채권발행 한도도 이미 넘긴 은행이 많다”면서 “결국 배당을 크게 줄이라는 뜻인데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한도를 확대하고, 정부가 조성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로 이 채권을 인수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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