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회장 인사권 줄이고 감사委 독립성 강화”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 민관합동 개혁위 오늘 구성… 개혁안 원점서 재검토

국민적 공감대 확산 고강도 개혁 기대

농협 “자회사 9곳 정리 임원 보수삭감”

농협중앙회 개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민관(民官) 합동으로 9일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연말까지 농협중앙회 개혁안을 내놓겠다고 8일 밝혔다.

정황근 농식품부 대변인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이미 법제처에 제출한 농협법 개정안 가운데 경제사업 활성화 부분을 뺀 나머지를 모두 사실상 백지화하고 농협중앙회 개혁안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농협개혁위원회의 농협 개혁안을 토대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내년 1월 새로운 농협법 개정안을 만들고 내년 2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 “중앙회장 권한 제한이 핵심”

농협의 옛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 등을 둘러싼 비리(非理) 의혹으로 ‘농협을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정부가 ‘농협 개혁’의 칼을 본격적으로 빼들었다.

농협 개혁의 핵심은 농협중앙회장을 통해서만 각 사업부문 대표를 추천할 수 있는 등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중앙회장의 권한을 제한하는 문제다. 중앙회장의 입김에서 사실상 벗어나기 어려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도 거론된다.

농식품부는 올해 9월 회장이 아닌 인사추천위원회가 각 사업부문 대표를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아 입법예고했으나 일부 국회의원과 농협 등의 반발에 부닥쳐 이 조항을 삭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농협 비리 질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원안대로 농협중앙회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농식품부는 기대한다. 1988년 농협중앙회장 직선제가 실시된 후 전직 회장이 모두 비리 혐의로 사법 처리된 ‘아픈 과거’도 개혁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업계, 농협, 학계 전문가 등 10여 명으로 농협개혁위원회를 9일 구성해 이달 중에 개혁안을 내놓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민간위원장도 선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말까지 남은 20여 일 동안 심도 있는 개혁안을 논의해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 농협, 위기감 속 자체 개혁안

농협중앙회는 이날 긴급 자회사 사장단 회의를 열고 현재 25개인 자회사(손자회사 포함) 가운데 2010년까지 사업이 부진하거나 농업인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9개사를 청산 또는 매각해 자회사를 16개로 줄이기로 했다.

농협중앙회는 우선 농협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농협대전유통센터 등 4개 유통 자회사를 하나로 통합하고 NH투자증권, NH투자선물, NH-CA자산운용 등 3개 금융자회사도 합치거나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농협 자회사 상근임원 51명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농협중앙회는 자회사 전체 상근임원 수의 22%인 임원직 11개를 내년에 없애고 앞으로 자회사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임원 수를 계속 줄여나갈 계획이다.

자회사 임원 보수는 일괄적으로 10% 삭감하며, 올해와 내년도 자회사 직원 임금은 동결하기로 했다. 농협 자회사들은 이미 인상한 직원 임금에 대해서는 각 회사에 반납할 방침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농협개혁 걸림돌 된다면 나부터 개혁” 최원병 농협회장▼

“최근 세종증권 인수와 휴켐스 매각 과정에 대한 언론보도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영진을 대표해 임직원과 농업인,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최원병(사진) 농협중앙회장은 8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정례조회에서 자성(自省)의 연설을 했다.

그는 “일부 경영진의 부도덕한 경영 판단과 임직원의 맹종으로 오늘 이렇게 혹독하게 질타받고 있다”며 “이번 인사에서마저 과거의 구태를 버리지 못한다면 경영진 또한 직원들과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조회를 마치며 “회장이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면 회장부터 개혁하겠다. 회장의 기득권을 포함한 기존 개혁안을 백지 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미리 준비한 원고에 없었던 내용이어서 보기에 따라서는 ‘미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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