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홈쇼핑은 올해 외부에서 마케팅 전문가 3명을 잇달아 상무급 임원으로 영입해 마케팅 역량 강화에 나섰다.
김용회 전략·마케팅부문장이 3월에 합류한 데 이어 9월에는 30대 여성인 박솔잎 채널마케팅부문장과 이은정 브랜드마케팅부문장이 영입됐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GS그룹에서 여성 임원 영입은 전례가 드물다.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이 “경기가 어려울수록 긴 안목에서 기업의 중장기 비전을 세워야 한다”며 직접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
기업들이 여성 마케팅 전문가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종 소비를 주도하는 여성 고객들의 니즈(needs)를 읽어내기 위해서다. 특히 불황기에는 남성보다 여성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덜 줄어든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 “여성 마케터의 섬세함 큰 강점”
1971년생 동갑내기로 올해 37세인 GS홈쇼핑의 박솔잎, 이은정 상무는 모두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출신이다.
박 상무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을 나와 온라인쇼핑몰인 옥션에서 세일즈프로모션 실장으로 일했다. ‘쇼핑 플랫폼’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경매 사이트에 머물던 옥션을 오픈마켓으로 변신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이 상무는 서울대 의류학과와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을 거쳐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일했다. 이후 현대캐피탈로 자리를 옮겨 할부금융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성과를 높이 평가받아 GS홈쇼핑의 차기 브랜드 전략을 담당하게 됐다.
GS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의 주 고객이 여성이다 보니 경기가 어려울수록 꼭꼭 닫힌 여성의 마음을 열 열쇠도 여성에게서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 영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종 소비자와 마케터의 성(性)이 같으면 커뮤니케이션의 오차가 줄어들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소비자의 기호가 수시로 바뀌면서 여성 마케터의 섬세함이 강점이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 정유, 주류업계에도 여성 마케터 바람
전통적으로 여성 임원 기근이 심한 정유와 주류업계에서도 최근 여성 마케터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P&G, 한국존슨을 거쳐 입사 1년 만에 GS칼텍스 마케팅개발실장이 된 손은경(39) 상무는 정유사에 일반적이던 보수적 마케팅을 버렸다. 보너스카드와 연계해 고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국제 구호기구 월드비전과 나눔 행사를 여는 등 감성 마케팅을 도입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2월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오비맥주의 마케팅 사령탑이 된 황인정(41) 상무는 주류업계 최초의 여성 마케팅 임원. 페덱스코리아와 코카콜라음료(옛 한국코카콜라보틀링)에서 마케팅 임원으로 일했던 황 상무는 부임 첫해 오비맥주의 주력 제품인 카스의 매출을 전년보다 12% 끌어올리는 등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2002년 에스티로더에서 LG생활건강으로 자리를 옮긴 송영희(47) 상무는 지난해 말부터 LG생활건강 중국법인의 화장품 시장 개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웅진식품도 올해 초 CJ제일제당과 옥시 등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한지영(37) 씨를 마케팅본부장(상무보)으로 스카우트했다. 스포츠용품 회사인 리복도 홍보 전문가로 경력을 쌓은 이나영(36) 씨를 마케팅 담당 이사로 영입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