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청양 오지 ‘가파마을’ 꿈을 일구는 사람들

  • 입력 2008년 12월 10일 06시 38분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청양에서도 최고 오지마을인 대치면 상갑리가 요즘 ‘대박 신화’의 꿈에 부풀어 있다.

‘아름다운 언덕(嘉坡)마을’이라 해서 ‘가파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 마을은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전통테마 마을’, ‘정보화 마을’이라는 간판도 그렇지만 집채만 한 40여 개의 장승과 30여 개의 솟대가 눈길을 끈다.

논밭, 그리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60, 70대 노인이지만 활기가 넘친다.》

“62가구 158명이 살고 있는데 지난해 마을 총매출액이 7억5000만 원밖에 안됩니다. 가구당 1200만 원 정도니 순수익은 겨우 월 50만 원 정도?”

14년 전 건강 때문에 서울에서 이 마을로 내려와 정착한 성욱(54·마을운영위원장) 씨는 ‘가파마을 무릉도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부분 논밭 농사로 대를 이어온 이 마을은 그동안 구기자와 청양고추 외엔 별다른 소득원이 없었다. 성 씨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특작물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쇼핑몰을 만들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과 영등포구청과는 자매결연을 해 숙박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해 봤으나 좀처럼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성 씨가 돌파구로 생각해낸 것이 무릉도원 프로젝트다.

무릉도원 프로젝트는 마을 전체를 복숭아나무로 뒤덮어 꽃이 피는 봄과 여름에는 꽃축제로, 열매가 맺는 가을에는 복숭아축제로 관광객을 끌어들여 마을소득을 높이겠다는 것.

“개복숭아로 불리는 토종 복숭아는 매실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과일도 독특하지만 술은 물론 장아찌, 음료, 통조림, 잼, 한방제품으로도 개발이 가능합니다.”

우선 주민들의 참여를 위한 설득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최재강(45) 씨 등 젊은층 10여 명과 머리를 맞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화시킬 수 있다’며 관광버스를 동원해 전남 광양 매화마을과 경남 사천의 녹차마을을 견학시켰다. 가파마을 크기의 동네에서 연간 60억∼70억 원의 매출을 지켜본 동네 사람들은 생각이 달라졌다. 마을에서 가장 큰 집안인 최씨 문중이 땅 700m²를 거의 공짜로 내주었다. 올해 처음 2000주의 토종 복숭아를 심었다. 10년 후까지 마을 전체(300만 m²)에 100만 그루를 심겠다는 구상이다. 주민들은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과 유통도 직접 맡기로 하고 법인을 설립해 충남도와 청양군 등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성 씨는 “10년 후에는 관광객 100만 명을 유치해 70억∼80억 원의 수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자신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벌써부터 도시에 나가 있는 자녀들을 불러들이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게 희망이지요.”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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