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이래 최대위기 넘길 적임자” 기대

  • 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4분


10년만에 관료출신 사장 맞는 KT… ‘이석채 호’ 어디로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9일 KT 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돼 신임 사장에 내정되면서 KT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 최대 통신업체이자 민영화된 공기업을 포함해 자산 기준 재계 서열 9위 KT그룹의 주력 회사인 KT는 1981년 창사 이래 지금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KT 매출은 유선전화 감소로 8년째 11조 원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신(新)성장사업으로 거액을 투자하는 휴대인터넷 와이브로와 인터넷TV(IPTV)는 당분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 그동안 정보기술(IT) 서비스, 콘텐츠 사업은 물론 건설업에도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신통치 않았다. 회사 내부에는 SK텔레콤에 통신업계 1위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적지 않다.

게다가 남중수 전 KT 사장, 조영주 전 KTF 사장 등 핵심 경영진의 비리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기업 이미지와 직원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KT가 공사(公社) 시절이던 1998년 정통부 차관 출신인 이계철 전 사장 이후 10년 만의 관료 출신 사장을 맞는 KT의 분위기는 다소 복잡하다.

KT 내부에서는 이석채 사장 후보가 현재의 위기를 넘길 적임자라는 평가가 훨씬 우세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부 우려도 없지 않다.

많은 KT 임직원들은 이 사장 후보가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으로 현재의 난맥을 뛰어넘을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 주목한다.

KT의 한 인사는 “이 사장 후보가 핵심을 빨리 파악하고 상대를 설득해 추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들었다”면서 “50대 초반에 장관을 지낸 분 아니냐”고 말했다. 경제관료 출신이지만 정통부 장관을 거쳤다는 점도 ‘KT 수장(首長)’으로서는 강점이다.

사장후보추천위도 “비전 실현과 혁신에 필요한 기획력과 추진력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 규제가 많은 통신 산업에 필수적인 정부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일해 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사장후보 추천 과정에서 정관(定款)을 개정한 것이 사실상 이 사장 후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느냐며 비판한다. 민영화 이후 사내(社內) 인사가 사장을 맡아 온 관행과 민간기업 문화가 깨지고 다시 공기업 시절로 돌아가 정부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후보 확정 이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사장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고 이사회, 임시주주총회 등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면서 “여러 주체들과 대화를 나눠 조만간 큰 경영방향을 잡겠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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