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신용평가 통해
기업 4단계로 구분
B등급은 우선 지원
D등급은 퇴출 대상
정부가 기업재무구조개선단을 발족하고 ‘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은 지원하되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신속히 정리한다’는 구조조정의 방향을 밝힘에 따라 각 채권은행의 기업 구조조정도 본격화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채권 은행은 업종별로 거래 기업에 등급을 부여하고 지원 대상과 퇴출 대상을 구분하는 ‘옥석 가리기’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연말결산 실적이 확인되는 내년 초에 한계기업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2, 3월경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도 현재 진행 중인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을 빨리 진행하라고 각 은행에 독려하는 등 구조조정을 재촉하고 있다.
○ ‘옥석 가리기’ 속도 내
기업재무구조개선단 관계자는 “은행들이 우선 대기업을 중심으로 평가와 모니터를 철저히 하면서 구조조정 대상을 선별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에 중점을 두되 업종별 구조조정도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11일 시중 은행 중소기업 담당자들을 불러 지난달 외채 지급보증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 때 목표치로 제시했던 중소기업 지원 현황을 점검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이 패스트 트랙을 신청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속도가 느려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라고 독려했다”고 밝혔다. 패스트 트랙을 더 빠르게 진행함으로써 ‘옥석 가리기’도 속도를 내겠다는 것.
채권은행은 상시적인 신용평가를 통해 거래기업을 정상(A), 일시적 유동성 부족(B), 부실 징후(C), 부실(D)의 4단계로 구분한다. 이 중 주채권은행은 B와 C기업에 대해 금융 지원과 구조조정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B 또는 C인 회색지대에 포함돼 있으며, 건설 조선 관련 상당수 기업도 이 경계선상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
○ 한계 기업 계속 늘어
국민은행은 지금은 정상이지만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전체 거래 기업 가운데 15∼20%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중 하위 3분의 1에서 퇴출 기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패스트 트랙에 지원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재심사를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B등급 500∼600곳은 내년 초까지 우선 지원을 하며 C등급 중 2000∼3000곳은 연말까지 다시 심사를 벌여 지원할 곳과 워크아웃에 들어갈 곳을 가르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최근 신설한 기업구조개선본부 안에 건설업 조선업 해운업 등 3개 업종에 대해서는 따로 담당팀을 만들어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우리은행도 기업개선지원단을 신설하기로 했다. 지원단은 기업개선부와 기업회생부로 나뉜다. 개선부에서는 기업의 워크아웃작업을 하고, 회생부에서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한 업체를 전담 관리하게 된다.
한국산업은행 관계자도 “평상시에는 부실 징후 기업이 5% 정도였는데 경기가 악화되면서 점점 늘고 있어서 해당 기업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 은행의 부행장은 “당장은 부실이 드러나지 않지만 내년 초 올해 영업실적 결산이 이뤄지면 한계기업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며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