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분유는 시장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개발도 어렵기 때문에 국내 유가공 회사들이 쉽사리 손대기 힘든 제품이다. 하지만 수입 특수 분유 제품은 한 통에 5만∼6만 원이나 해 자녀 간호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에게는 금전적인 부담이 크다.
유업계에 따르면 특수 분유 매출은 투자비용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환아(患兒)를 둔 부모들의 어려운 사정을 저버릴 수 없다는 경영진의 신념으로 특수 분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아들을 위해 제품 생산라인에 의약품을 만드는 수준으로 위생설비를 갖추고 산학 합동연구를 통해 제품개발을 위한 기술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남양유업이 50억 원을 들여 만든 세계 최초 난치성 소아간질 치료식 ‘케토니아’는 국내 유업계뿐 아니라 해외 의료계에서도 주목하는 제품이다.
국내에서 난치성 간질 환아는 수만 명 가운데 한 명에 그칠 정도로 수요층이 극소수다. 더군다나 제품 생산라인이 한 번에 최소 2000kg에 이르는 분량을 만들어내야 하지만 케토니아의 유통기한은 4개월밖에 되지 않아 생산량의 90% 이상을 버려야 한다.
남양유업은 소아간질 치료식 외에도 저체중아나 미숙아를 위한 특수 분유, 알레르기성 질환 및 설사증세로 고통받는 아기들을 위한 분유를 개발해 싼 값에 보급하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의 아기들을 위해서는 무료로 제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남양유업은 최근 특수식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하기 위해 연세대와 소아간질 치료식을 공동 연구개발하는 내용의 조인식을 갖기도 했다.
박건호 남양유업 대표는 “45년간 국내에서 태어난 아기들의 절반 이상을 건강하게 키워온 기업답게 수익만 좇기보다 우리 사회 그늘진 곳의 아기와 엄마들까지도 더불어 건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