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조기집행] 조달청대신 발주처서 물품구매 검토
[절대빈곤 해결] 의식주 - 자녀교육비 비상대책 마련
[행정 간소화] 신속한 예산집행 공무원에 인센티브
[선택과 집중] 큰 효과 낼수 있는 분야에 우선 배정
이명박 대통령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던 정부 예산안이 13일 통과됨에 따라 이 대통령이 구상했던 각종 내수 진작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자금’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일’만 제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에 이 대통령은 마음이 부쩍 바빠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확대경제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신속한 예산 집행과 절대빈곤층에 대한 비상대책 수립을 지시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키워드’는 △예산의 조기 집행 및 간소화 △절대빈곤층 문제 해결 △행정절차 간소화를 통한 인센티브 제공 △선택과 집중 등이었다.
▽절차 간소화와 예산 조기집행=이 대통령은 “국민이 정책효과를 한시라도 빨리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진행하라”, “이달에 착수할 수 있는 사업은 당장 시행토록 하라”는 등 ‘속도’를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관료적인 절차로 인해 ‘새해 들어 하지’, ‘예산이 오면 하지’ 하는 사업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선(先)집행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정부조달의 경우 조달청을 거치지 않고 발주처가 직접 물품 등을 구매하거나 사업계약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재정이 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기간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절대빈곤층 지원=이 대통령은 절대빈곤층에 대한 신속한 지원도 지시했다. 먹고 입는 기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불행한 일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때일수록 제일 밑바닥의 서민들이 가장 어렵다”면서 “가장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을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외에 절박한 계층은 그 위의 계층에 있다가 갑자기 실직했거나 회사가 부도나 빈곤층으로 떨어진 사람들로 충격이 대단히 클 것”이라며 “이들에 대해 한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회의 참석자들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인센티브 제공 통한 행정절차 단축=이 대통령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예산이 집행되기 위해서는 집행자인 공무원의 자세가 변해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고 한다. 아무리 예산이 많이 확보돼 있더라도 집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행정절차를 간소화할 경우 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선택과 집중=이 대통령은 예산 집행 방식과 관련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주문했다. 예산을 여러 분야에 쪼개서 집행할 경우 효과는커녕 돈을 그냥 길거리에 뿌리는 것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려운 때일수록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