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에 가입했던 기업들은 올해 환율 급등의 가장 큰 희생양이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환헤지 효과가 생기지만 환율이 상한선 위로 올라가면 달러를 시장가보다 훨씬 낮은 계약환율에 팔아야 해 기업이 손해를 본다. 올 초 달러 당 900원 대에 불과했던 원-달러 환율이 연말에 1500원 선까지 오르면서 10월 말 현재 키코에 가입한 487개 기업의 손실액은 3조2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키코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최대 골칫덩이로 떠올랐고 일부 우량기업들이 흑자 도산하는 사태까지 생겼다. 책임은 모두에게 있었다. 상품을 판 은행들은 키코의 위험을 기업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기업도 환차익을 보겠다는 욕심이 앞섰다.
●우리파워인컴펀드
'우리파워인컴펀드'는 판매사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 물꼬를 튼 상품이다. 이 펀드는 2005년 설정 당시 원금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수익률이 급락했다. 현재 설정일 이후 누적수익률이 1호는 ―76.51%, 2호는 ―82.26%까지 폭락했다. 이 상품은 미국 금융기관의 주가가 떨어지면 펀드 수익률도 낮아지는 구조였고, 수익률 결정 방법이 전문가조차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할 정도로 복잡했다. 판매사가 "원금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홍보한 것도 문제였지만 '펀드'를 '은행예금'과 유사하다고 믿고 거액을 맡긴 투자자들의 금융지식 부족도 개선돼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인사이트펀드
인사이트펀드는 지난해 10월말 판매 이후 한 달간 4조 원의 시중자금을 끌어들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증시가 폭락한 올해에는 원성의 대상이 됐다. 투자자들은 줄을 서가며 이 펀드에 경쟁적으로 가입했지만 현재는 원금의 절반 이상을 까먹었다. 15일 기준으로 이 펀드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은 ―51%로, 해외주식형펀드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46.86%)보다 실적이 저조하다. 일부 투자자들은 지난달 "운용사가 중국에 '몰빵'투자한 책임이 있다"며 소송에 나설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이 펀드는 특정 대상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약관 등에 명시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운용사에 법적책임을 묻기 위한 근거가 미약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연계펀드는 올 들어 하락장의 대안상품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변동장에서도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ELF를 포함한 파생상품펀드의 설정액은 7월 말 30조 원을 넘어섰다. ELF는 보통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주식이나 지수가 일정 폭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고수익을 얻고 반대의 경우 원금 손실이 나는 구조. 하지만 증시가 폭락하면서 잇따라 손실 구간에 들어섰다. 특히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채권이 편입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우리2스타파생상품펀드KH-3호' 등 일부 ELF는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환매가 연기되기도 했다. 이 ELF에 투자한 사람들은 판매사와 운용사를 상대로 원금과 이자를 돌려달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이어가자 금융회사들은 건설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보고 돈을 빌려주는 부동산 PF대출을 많이 했다. 6월 말 현재 PF대출 규모는 은행 47조9122억 원, 상호저축은행 12조2100억 원 등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자 PF대출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특히 저축은행은 PF대출 연체율이 14.3%에 달했다. PF대출 부실이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되면서 금융 당국은 PF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앞으로 건설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담보로 잡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PF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회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 종합
정리=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