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선 “가능하면 많은 기업 신보로 보내”
시중 은행들이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신청한 한계상황에 이른 중소기업들에 대한 방침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하면서 전체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신속한 자금 지원을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10월 13일 패스트트랙 시작과 함께 은행에 서둘러 신청한 일부 중소기업은 두 달이 넘도록 아직 지원 여부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신용보증을 담당하는 신용보증기금은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은행들의 ‘책임 떠넘기기 식’ 심사기준이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각 은행은 패스트트랙을 신청한 업체를 평가해 A(정상), B(일시적 유동성 부족)등급을 골라 신보에서 보증을 받는데 C(워크아웃), D(퇴출)등급으로 분류될 업체까지 신보로 보내 보증업무가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보 관계자는 “은행에서 지원해주기 힘든 C, D등급의 업체들도 신보에 보내고 있어 이에 대한 심사를 하다 보니 빠른 보증업무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심사부장은 “애매한 업체는 일단 신보로 보내는 게 사실”이라며 “은행에서 C나 D등급을 주면 사실상 ‘사망선고’와 다름없어 C, D등급 주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재촉하는 것도 은행들이 한계 기업에 대해서 지원을 거부하지 못하고 심사에 시간을 끄는 이유 중 하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 지원 확대를 압박하고 있어 C, D등급을 주지 못하고 가능한 한 많이 보증을 받으려 한다”고 밝혔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