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잘 팔리는 한국 소형차 훨훨 날려면…

  • 입력 2008년 12월 18일 02시 59분


판매 늘었지만 경쟁력 뒤져

지역별 전략형 모델 개발을

최근 한국 경차와 소형차들이 경기 침체 속에서도 모처럼 희망적인 소식을 전해줬습니다.

GM대우자동차의 소형차 ‘젠트라’와 ‘젠트라X’는 침체된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시장에서 지난달 1만1969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7.7% 성장했다고 합니다. 기아자동차의 경차 ‘모닝’도 11월에 글로벌 판매량 1만5742대로 지난해 동월(同月) 대비 5.6% 성장을 보였다는군요.

경기가 어렵다 보니 소형차가 인기를 얻은 덕이기도 하지만 최근 큰 타격을 입은 해외 경쟁사들을 생각하면 더 의미가 있습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차 ‘빅3’의 몰락에 따라 한국차가 ‘소형차 파워’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미국차 빅3의 몰락이 한국 자동차산업에 기회이기만 할까요? 현실을 냉정하게 따져 보면 그런 기대는 너무 낭만적으로 보입니다.

우선 한국차는 소형차 모델 수가 크게 부족합니다. 본격적인 불황이 닥치기 전인 올해 1월 기자가 방문한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선 이미 일본과 유럽의 톡톡 튀는 소형차들이 무대를 꽉 채우고 있었습니다. 한국차들은 콘셉트카 수준의 소형차를 선보였을 뿐이었지요.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벤츠의 ‘스마트’와 도요타의 ‘사이언’ 등 선진 자동차 회사들은 자체 소형차 브랜드를 따로 내세워 다양한 모델을 쏟아내고 있다”며 “한국 자동차회사가 앞으로 소형차를 강화한다고 해도 당장은 경쟁에 불리하다”고 말했습니다.

브랜드 가치도 문제입니다. 최근 시장조사기업인 ‘마케팅인사이트’의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한국차를 여전히 ‘싸고 좋은 차’, 일본차는 ‘잔 고장 없고 디자인이 뛰어난 차’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수웅 LIG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차가 소형차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역별 전략형 모델을 개발하고 신흥시장형 저가 모델을 신속히 생산해 내도록 노사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합니다.

위기일수록 희망을 얘기하는 자세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냉엄한 현실에 긴장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자칫 빅3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산업을 교훈 삼아 한국 자동차기업들도 소비자의 요구를 민첩히 읽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은아 산업부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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