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소비 트렌드 살펴보니

  • 입력 2008년 12월 18일 02시 59분


“외식 NO! 식사는 집에서”

“술, 필요할때 조금씩 구입”

고유가에 미국발(發) 금융위기에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졌던 힘든 한 해.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하게 소비활동을 했다. 유통채널별로 올해 최고 매출을 올린 상품을 통해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습관’을 들여다봤다. 순위 자료는 매출액 기준 각 유통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백화점), GS홈쇼핑(TV홈쇼핑), 인터파크(온라인 종합쇼핑몰), 훼미리마트(편의점), 이마트(대형마트)의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 외식 줄이고 식사는 집에서

대형마트에서는 지난해 매출 1등 공신이었던 커피믹스가 3위로 밀렸다. 1, 2위를 차지한 상품은 20kg들이 쌀과 봉지라면.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고유가에 경기 불황으로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캔맥주 매출은 지난해 8위에서 10위로 두 단계 밀렸다. 작년에 9위를 차지한 병맥주는 아예 10위권 밖으로 미끄러졌다.

대신 소비자들은 맥주를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살 수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맥주는 편의점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단가가 조금 비싸더라도 필요한 만큼만 구입해 총지출을 줄이는 소비행태를 반영한 결과다. 편의점에서는 또 컵라면(3위), 삼각김밥(5위) 등 간편한 즉석 먹을거리도 잘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지출을 최소로 줄이면서 식사 한 끼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상품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나’를 위한 상품은 불황 중 호황

반면 자기 자신을 위한 상품, 스스로를 꾸미는 상품은 불황에도 잘 팔렸다. 차량용 내비게이션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1위, 홈쇼핑에서 3위에 올랐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게임기도 잘 팔려 매출에 6번째로 큰 기여를 했다. 또 홈쇼핑에선 지난해 10위권 밖이었던 색조화장품 판매가 6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기초화장품은 4위에서 9위로 밀려났다. 이에 대해 GS홈쇼핑 이미용팀 정희정 과장은 “홈쇼핑에서만 판매하는 색조화장품 브랜드가 올해 인기였다”며 “‘불황엔 빨간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속설처럼 외모에 신경을 쓰는 여성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한편 삼성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비즈니스 캐주얼’을 근무복으로 권장하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백화점은 캐주얼 의류의 매출이 호조를 띠었다. 전통적으로 백화점에서 강세였던 화장품이 여전히 1위였지만 2, 3위는 각각 여성 캐릭터캐주얼, 영캐주얼이 차지했다.

○ 이색 효자상품

각 회사가 공개한 매출 10위 상품 중에는 다소 ‘뜬금없다’ 싶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GS홈쇼핑에서는 작년에 9위에 그쳤던 속옷 상품군이 5계단이나 뛰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고급 속옷을 선호하던 소비자 중 일부가 값이 싼 홈쇼핑 속옷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속옷 매출이 늘자 GS홈쇼핑은 취급하는 속옷 브랜드를 작년보다 크게 늘렸다.

이마트에서는 46형 미만 액정표시장치(LCD) TV가 인기를 끌었다. 이 회사 가전팀 김기수 바이어는 “최근 LCD TV의 가격이 많이 떨어진 데다 집과 멀지 않은 곳에서 골라 살 수 있고 배달까지 되기 때문에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 인터파크에서는 올해 금값이 오름세를 보일 때마다 골드바(Gold Bar) 판매량이 늘어 전체 매출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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