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면서 은행의 경영권에는 되도록 관여하지 않는 ‘일본식 모델’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1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를 넘는 은행에 대해서도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건전성을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선진국의 공적자금 투입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일본 국회가 12일 통과시킨 ‘금융기능강화법’ 개정안의 일부 내용을 한국의 은행들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개정안은 대형 은행도 선제적으로 공적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으며 특히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 요구하던 금융회사의 경영책임 및 구조조정 실시 등의 조건을 완화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초 공적자금과 관련해 영국, 미국식을 모델로 삼았으나 은행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일본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은행들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중소기업 대출 및 주택구입 대출 목표치를 제시하도록 할 뿐 아니라 임원 보수 및 보너스 체계 점검, 이사 임명 및 배당 등에 대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가 당초 대상으로 삼은 은행 8곳 중 3곳만 공적자금을 받았다. 미국도 임원 연봉 및 성과급, 배당 등에 관해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려면 은행의 자본확충은 필수”라며 “은행에 책임을 묻는 것은 기업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완료된 2010년 이후에 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