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달러화 약세, 환율안정에 도움

  • 입력 2008년 12월 18일 02시 59분


금리인하 - 자금공급 여유 생겨

미국이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돌입하면서 국내 금융시장과 금리 정책도 직간접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미국의 이번 조치에 따른 달러화 약세와 미 정부 당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가 국내 금융시장에는 단기적으로 호재다.

원화가 달러화의 움직임에 곧장 연동되지는 않지만 달러화 약세는 시장의 달러 매수 심리를 완화해 환율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외국인투자가의 투자 심리를 회복시켜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달러가치의 완만한 하락세는 글로벌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신흥시장 통화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어 신흥시장 증시로의 해외 유동성 보강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사상 최저인 3%로 떨어진 기준금리를 더 내릴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높아져 그만큼 한은의 부담도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더 내리더라도 국내외 금리차를 이용하는 외국인 투자의 이탈과 환율 상승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게 됐다”며 “이론적으로 돈을 풀어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은 ‘유동성함정’에 빠지지 않는 선까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 인하와 함께 발권력을 동원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 정책도 펴겠다고 선언해 앞으로 한은의 행보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FRB는 이미 신용위험이 없는 단기물 중심의 유동성 공급이라는 통상적인 원칙을 포기하고 신용 위험이 있는 기업어음(CP)을 매입했고, 장기물 중심의 국채까지 매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은은 FRB의 행보를 따라가며 기준금리 인하와 CP 매입 등의 ‘양적 확대’ 조치를 병행하는 처방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금리인하 여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자금이 필요한 곳에 직접 ‘파이프’를 꽂고 자금을 공급해 신용경색을 푸는 방안이 될 수 있다.

FRB의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는 긍정적이지만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준금리 외에도 미국 자동차 구제 방안 등의 현안도 남아 있다”며 “미국의 재정지출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으로 시장 안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FRB의 극약처방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세계 금융시장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질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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