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센서가 화질을 조절하는 TV, 미세먼지를 99.999%까지 잡아내는 청소기, 허리와 목을 보호해주는 드럼세탁기…. 불황에도 끄떡없이 잘 나가는 ‘명품’ 가전제품들이다.
국내외 전자업체들은 최근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첨단 디자인과 기능으로 불황을 뛰어넘겠다는 ‘역발상’ 승부수인 셈이다.
○ 차별화된 기능으로 세계 시장 공략
삼성전자의 ‘파브 보르도 950’은 친환경 기능과 특화된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를 적용한 액정표시장치(LCD)를 넣어 LED 제품의 대중화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제품은 동급 제품 중 업계 최초로 55인치의 크기로 출시됐으며 주 리모컨뿐 아니라 ‘조약돌 리모컨’으로 불리는 보조 리모컨을 함께 제공해 사용이 편리하다. 가격은 750만 원대다.
‘애니콜 햅틱’과 ‘T옴니아’는 삼성전자 고급 휴대전화의 양대 산맥이다.
‘만지면 반응한다’는 슬로건으로 터치스크린폰 시장의 문을 활짝 연 햅틱은 6개월 만에 6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9월 말 후속으로 나온 ‘햅틱2’는 더 강력해진 위젯 기능 및 사용자 환경(UI)을 자랑하며 10주 만에 30만 대가 팔리는 등 전작의 기록을 뛰어넘기도 했다.
7.2Mbps의 무선인터넷 속도와 PC 및 멀티미디어, 위성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등 다양한 기능을 한꺼번에 구현하는 T옴니아는 100만 원 안팎의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출시 이후 하루 1000대씩 팔려나가고 있다.
LG전자의 명품 가전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국내 최초로 스탠드형 김치냉장고를 선보인 LG전자는 올해 5월과 8월에도 연이어 신제품을 공개했다.
LG전자 디지털어플라이언스(DA) 마케팅팀장 이상규 상무는 “국내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2대 중 1대 이상이 LG디오스 제품”이라며 “전년 동기에 비해 판매량이 20% 이상 증가하는 등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성수기를 맞아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30, 40대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와인 수요가 급증하면서 LG디오스의 와인셀러도 괄목할 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10만(41병 모델)∼190만 원(81병 모델)대의 가격에도 와인셀러는 지난해보다 25%가량 판매량이 늘었다.
대우일렉의 ‘명품 세탁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29만 원인 ‘드럼업 세탁기’는 기존 드럼세탁기보다 30% 이상 비싸지만 주부들의 허리와 무릎관절을 보호하는 인체공학적 설계 덕분에 매월 1만 대 이상 팔려나가고 있다. 대우일렉 측은 “덕분에 드럼세탁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450%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 한국 소비자 유혹하는 해외 명품
해외 가전업체들도 한국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덴마크의 명품 홈엔터테인먼트 업체인 뱅앤올룹슨(B&O)은 TV에 내장된 ‘로봇 팔’이 자동으로 화질과 컬러를 관리해주는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베오비전’ 시리즈를 선보였다. TV 뒤쪽 상단에 고정된 로봇팔이 화면의 색 온도를 분석해 자동으로 화질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50인치짜리 ‘베오비전 9’는 3580만 원이며 65인치 ‘베오비전 4’는 4317만 원이다.
‘꿈의 스피커’로 불리는 B&O의 ‘베오랩 5’는 스피커 상단에 2개 이상의 디스크를 수평으로 설계해 먼 곳에서도 원음에 가까운 음질을 즐길 수 있다. 1쌍 기준으로 2980만 원이다.
8월 말 한국에 상륙한 영국의 진공청소기 ‘다이슨’ 역시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청소기는 기존 진공청소기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미세먼지 재방출을 99.999%까지 잡아내는 등 특유의 기술력에 힘입어 출시 초기보다 월 평균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었다.
독일 칼자이스의 렌즈가 들어간 소니의 디지털렌즈교환식(DSLR) 카메라 ‘알파 900’은 최고급 기종으로, 카메라 보디가 349만 원, 칼자이스 2470 표준 렌즈 장착 시 538만 원에 이른다. 10월 출시 직후 3주 만에 예약판매용 400대가 매진됐다.
독일 명품가전 업체인 밀레코리아는 전기오븐과 커피메이커, 푸드워머 등 10개 모델의 고급 빌트인 주방 가전인 ‘밀레 제너레이션 5000 시리즈’를 선보였다.
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는 “푸드워머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명품 제품들로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