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아파트 경매 54%가 빚 못갚는 ‘깡통’

  • 입력 2008년 12월 18일 19시 29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A저축은행은 최근 1억 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2006년 상반기에 강남구의 한 아파트를 담보로 빌려준 16억4000만 원의 대출금이 회수되지 않자 법원에 경매를 신청했지만 15억 원에 낙찰됐다. 대출 당시 이 아파트 시세는 약 22억 원으로 담보가치가 충분했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대출 원금회수 조차 불가능해 진 것이다.

최근 이른바 '버블세븐'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융권이 부동산 담보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깡통 부동산'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채권자들이 대출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금융기관이 부동산을 법원 경매로 넘기더라도 대출금을 전액 회수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18일 동아일보 경제부가 부동산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과 함께 지난해 11월1일부터 올해 10월말까지 수도권 법정 경매에서 낙찰된 1만1548건의 아파트, 단독, 다세대, 오피스텔, 상가 등 5개 부동산 상품을 분석해서 확인된 것이다.



●낙찰된 분당신도시 아파트 절반은 '깡통'

이번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경매시장에 낙찰된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아파트의 54%는 부채조차 갚을 수 없을 만큼 낮은 가격에 낙찰됐다. 이어 경기 용인시 기흥(39%) 수지구(39%)와 서울 강남(26%) 서초(23%) 송파구(27%) 등 버블세븐 지역에서 깡통 아파트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부동산컨설팅 업체인 유엔알의 박상언 사장은 "2006년 후반경 은행들은 버블세븐 지역 등에서는 40%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지켰지만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은 당시 집값이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고 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시세의 80~90%까지 대출해 주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정모(45) 씨도 2006년 말 금융권에서 5억 원을 대출받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116㎡를 9억 원에 매입했다.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1억8000만에 전세까지 주었다. 한때 13억 원까지 올랐던 아파트는 최근 8억500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대출 이자는 급등하고 전세금도 돌려주지 못하게 된 정 씨의 아파트는 결국 법정 경매로 넘어간 것.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주택 가격이 상승 중이면 금융권에서도 몇 달 이자를 내지 못한다고 경매로 넘기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 채권 미회수를 우려한 저축은행 등이 대출이자를 몇 달만 내지 못해도 곧바로 경매처분에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기 불황에 상가 불황 심각

이번 조사에서 서울(50%) 인천(54%) 경기(54%) 등 수도권 전 지역에서 경매물건으로 나온 상가의 절반 이상이 채권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서 소규모 상가가 밀집한 동대문 중구 등의 채권미회수 비율은 60~70%에 달했다. 또 최근 상가가 집중적으로 분양된 경기 안산시 상록구와 인천 부평구 등도 채권 미회수 비율이 80%에 이르렀다.

상가컨설팅업체인 상가뉴스레이더의 선종필 대표는 "상가는 보통 감정가의 50%까지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이 이뤄졌으나 최근 상가의 과다 공급과 경기불황의 여파로 테마쇼핑몰 등의 소규모 상가 공실(空室)이 늘면서 경매시장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물경제가 관건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깡통 부동산이 급증하면 약 300조 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되면서 금융권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집값이 추가로 하락하면 금융회사는 대출 원리금 회수를 요구하고, 소득이 줄어든 개인들이 이를 갚지 못하면 결국 금융회사 부실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미국처럼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어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권 평균 LTV는 현재 50% 미만으로 미국 서브프라임 평균 LTV 94%에 비해서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데다 주택담보대출 연체비율도 1%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처럼 주택 소유자들이 집값이 하락하면서 고의적으로 집을 포기하고 원리금을 갚지 않은 일이 생길 가능성도 적다. 국내에서는 집주인이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금융권이 다른 자산이나 급여를 차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성대 부동산대학원의 이용만 교수는 "아직까지는 일반 가계의 소득이 떨어져 대출 원리금을 못 갚는 사례가 많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집값이 추가 하락하고 대량 구조조정 사태가 오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경제 시스템 붕괴라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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