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서는 직원들이 보일러 외관 본체를 만들기 위해 프레스 기계로 금속판을 찍어낸 후 용접 작업을 하고 있었다. 표면의 이물질을 닦아내고 페인트를 칠하는 공정도 이뤄졌다.
직원들은 가공한 본체 및 부속물 일부는 반대편 에어컨 조립 공정으로, 일부는 2층 보일러 조립 공정으로 옮기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 공장에서 보일러와 에어컨을 동시에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보일러 생산 기업으로 잘 알려진 귀뚜라미그룹은 2003년과 2006년 에어컨과 건물용 냉각 기계인 냉각탑 등을 생산하는 회사들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냉난방 종합 설비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 냉난방 동시 생산으로 생산효율 ‘쑥쑥’
보일러와 에어컨은 성수기가 달라 계절별로 공장의 인력 수요도 변한다. 보일러만 생산하는 기업은 3월부터 8월까지는 유휴 인력이 많을 수밖에 없다.
냉방기 시장에 진출하면서 귀뚜라미는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보일러 생산 직원을 여름철에 에어컨 생산 공정에 투입할 수 있었다.
안영래 공장장은 “보일러와 에어컨은 조립 공정 이전 부품 가공 단계에서는 겹치는 부분이 많다”며 “동시 생산 체제를 갖춘 후 가동률 상승으로 원가비용이 20% 줄었다”고 말했다.
냉난방기 동시 생산 체제로 생산 효율만 높아진 것이 아니다. 보일러와 에어컨 연구 인력들이 머리를 맞대 복합기기를 개발했다. 올해 4월 선보인 ‘하이브리드 거꾸로 냉난방 에어컨’이 그 결과물이다.
하이브리드 에어컨은 국내 최초로 에어컨, 온풍기, 온수기를 하나로 결합해 ‘냉방+온수’, ‘난방+온수’ 기능을 모두 가능하게 했다. 지식경제부는 이 제품에 신기술(NET) 인증을 부여해 우수성을 인정했다.
이 같은 신제품 개발에는 1962년 회사 설립 때부터 고집스럽게 부품을 직접 생산해 온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많은 회사가 손쉽게 외국산 제품 또는 외국산 기술을 모방한 국내 영세업체의 부품을 사다 쓸 때 귀뚜라미는 부품을 대부분 직접 생산했다. 귀뚜라미의 부품 국산화율은 98.7% 이상이고 보유하고 있는 산업재산권만 500여 개에 이른다.
안 공장장은 “품질 개발을 위해 힘쓰지 않고 값싼 부품에 의존하면 결국 경쟁에서 밀린다”며 “국내 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소홀히 한 결과 벽걸이형 에어컨의 경우 이미 중국 제품에 주도권을 넘겨준 상황”이라고 말했다.
○ 친환경 제품으로 녹색 성장
귀뚜라미는 ‘녹색 성장’을 미래 회사 발전 동력으로 삼고 있다. 보일러와 에어컨은 에너지 소비가 많아 녹색 성장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귀뚜라미 연구개발팀은 기존 보일러 제품의 열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하는 한편 대체 에너지를 사용하는 보일러도 개발했다.
현재 일부 공공기관에 공급해 시험 가동 중인 ‘우드 칩 보일러’는 작은 나뭇조각이나 펠릿이라 불리는 압축 나무 알갱이를 원료로 사용한다. 석유의 사용을 줄이고 유해 물질 발생도 감소시키는 것이 장점이다.
프레온가스를 배출해 오존층을 파괴하는 문제점이 있는 에어컨 냉매를 신(新)물질로 대체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귀뚜라미는 기술 개발을 통해 쌓은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2005년 냉난방기뿐 아니라 가구, 욕실 제품 등을 취급하는 종합 인테리어 회사인 ‘귀뚜라미 홈시스’를 출범시키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아산=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