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전환 대상자시네요. 이자를 감면받으실 수 있습니다.”
19일 오후 2시 50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신용회복지원센터. 긴장한 표정으로 상담창구 앞에 앉아 기다리던 한모(34) 씨는 상담원의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한 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서 행정고시 공부에 몰두해 있었다. 2003년 대학을 졸업하고 2년여 동안 학원 강사 생활을 하다가 고시촌에 들어간 건 2005년. 강사 생활을 하며 모은 돈은 학원, 독서실, 생활비로 금세 바닥이 났다. 홀어머니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없던 한 씨는 처음에는 신용카드로 학원비를 감당하다 카드 연체이자가 눈덩이처럼 불면서 결국 ‘고금리의 늪’에 빠졌다.
대부분 대부업체 채무자들
한 씨가 올해 2월부터 대부업체 저축은행 등에서 빌린 돈은 총 700만 원. 대부업체 금리는 연 48.54%, 제2금융권도 연 37%에 이른다. 이자를 더는 감당하지 못하게 된 한 씨는 결국 고시를 포기하고 7월부터는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한 씨는 “경기가 안 좋아 보험 영업도 거의 안 된다”며 “이자를 더는 감당할 수 없어 잠도 못 이룰 정도로 괴로웠다”고 말했다.
이날 신용회복센터는 오후 3시부터 신용회복기금을 통한 전환대출 보증 업무를 시작했다.
19일 하루 본사 신용회복센터와 전국 9개지사, 신용회복지원 콜센터를 통해 채무전환과 전환대출 상담을 받은 사람은 3000여 명. 몇명은 창구도 채 갖춰지기 전에 상담 직원부터 찾았다. 이들은 모두 대출금이 연체됐거나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려고 하는 대부업체 채무자였다.
신청자들은 캠코의 정밀 서류심사를 거쳐 2, 3일 후 금리 20% 내외 은행 대출로의 전환 여부가 확정된다. ‘뉴스타트 2008 새로운 출발, 희망시작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신용회복기금은 올해 1000만 원 이하 채무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내년 초부터는 3000만 원 이하 채무자로 범위가 확대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제도권 금융회사와 대부업체에서 1000만 원 이하의 돈을 빌려 3개월 이상 연체한 채무자가 신용회복기금에 신청하면 원금 감면 없이 연체이자만 전액 감면하고 원금은 최장 8년간 나눠 갚으면 된다.
금리 20% 은행대출로 전환
또 한 씨처럼 등록 대부업체 등에서 1000만 원 이하를 연 30% 이상의 금리로 빌려 3개월 이상 정상 상환하고 있는 사람(신용등급 7∼10)은 신용회복기금 보증을 받아 연 20% 안팎의 은행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채무액에 관계없이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으며 신용회복기금 지원대상으로 확정되면 금융채무 불이행자 신분에서 벗어난다. 채무조정은 신용회복지원 콜센터(1577-9449)나 새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