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의장 “추후 부실땐 구조조정-M&A 선택해야”
우리銀, 10억달러 외자유치 등 자구책 한나라에 제시
정부가 20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은행에 투입하기로 한 방침과 관련해 여권은 자금지원 신청기간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기로 했다. 신청기간 이후에 부실해진 은행에는 공적자금 투입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반면에 은행권은 정부의 경영권 간섭을 우려해 자본확충펀드에 부정적인 편이다. 우리은행은 5억∼10억 달러의 외자(外資) 조달방안을 비밀리에 한나라당에 전달했다.
▽“시한 넘기면 지원 배제”=한나라당 임태희(사진) 정책위의장은 19일 기자와 만나 “금융위원회가 정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은행에 일정 기간만 자본확충펀드로 자금을 지원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 의장은 “이 기간 안에 자본확충펀드를 신청하지 않은 은행에는 추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며 “신청 기간 이후 부실화된 곳은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시중은행들에 내년 1월 말까지 BIS 비율을 12%, 기본자본(Tier1) 비율을 9%까지 맞추라고 요구한 상태다. 금융계에서는 최소 2곳 이상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의장의 이날 발언은 자본확충펀드가 은행들의 자발적인 신청에 의해 가동된다는 점에서 일정 시한을 못 박아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또한 은행들의 참여가 부진하면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임 의장은 “한 달 전부터 정부에 공적자금 투입기준(BIS 비율 8% 이하)을 강화해 은행 부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올해 들어 국유화된 유럽 은행들의 BIS 비율이 13%대로 급등한 반면 한국은 아직까지 10% 선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 외자 유치안 제시=은행들은 20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 조성에는 긍정적이지만 정작 지원 신청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경영권 침해와 외국인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은 17일 한나라당에 외자유치를 포함한 3조5000억 원 규모의 자체 자금조달 계획을 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도이체은행(5억 달러), 메릴린치(5억∼10억 달러) 등 은행 2곳과 아시아에볼루션 등 연기금펀드 2곳(15억 달러)으로부터 자금조달 제안서를 받아둔 상태다.
이 중 도이체은행의 5억 달러와 연기금펀드 일부를 합쳐 최대 10억 달러를 전환우선주 형태로 조달하겠다는 생각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우리은행 측은 ‘외자조달 조건이 영국 스탠더드차터드 등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들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정책위는 이 제안에 대해 “이미 정부 주도의 자금지원 계획이 서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은행의 자구노력보다는 정부 지분 확대를 통한 신속하고 확실한 자본 확충이 여권의 기본 방침”이라며 “정부도 이 같은 방향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