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끝없이 풀어도 기업은 아우성인데…

  • 입력 2008년 12월 20일 02시 59분


은행돈 계속 ‘韓銀 U턴’

지난 1주일에만 41조원

“유동성 늘린 11월부터 역류 늘어”

韓銀, 13조만 회수하고 돌려보내

한국은행이 시중에 푼 막대한 자금이 기업으로 흐르지 않고 한은으로 역류하고 있다. 18일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41조 원 규모의 단기 자금이 한은으로 되돌아와 이 가운데 13조 원을 한은이 회수했다.

19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을 통해 은행권으로부터 흡수한 초과 유동성 규모는 11월 11조5000억 원이었으나 이달 들어서는 1∼19일 중 13조 원이나 됐다.

한은이 9월 15일(현지 시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RP 매입 등을 통해 시중에 공급한 자금은 총 19조5000억 원에 이른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풀리면서 은행의 단기 여유자금이 많아졌지만 기업의 실적 악화와 구조조정 지연으로 돈을 빌려줄 만큼 안전한 기업을 가려내지 못한 은행들이 다시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한은이 초과 흡수한 단기 유동성 규모는 7월 4조8000억 원에서 8월 8조2000억 원으로 늘었다가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인 9월 7조 원, 10월 5조2000억 원으로 줄었으나 11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은은 RP 거래를 통해 시중의 단기 유동성을 조절한다. 시장에 돈이 부족하면 은행이 가진 국채 등을 일정 기간 사줘 돈을 시중에 풀고(RP 매입) 시중에 자금이 남으면 RP를 팔아 다시 흡수한다.

따라서 한은의 초과 유동성 흡수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은행권의 단기 여유자금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풀린 돈이 은행권 안에서 맴돌다 다시 돌아오는 것. 연말 결산을 앞둔 은행들이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며 기업, 가계 등에 자금을 충분히 흘려보내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 유동성 공급이 본격화한 11월 들어 한은으로 되돌아오는 은행권 자금이 증가하고 있다”며 “은행이 장기로 기업 대출에 이용하라는 뜻으로 돈을 풍부하게 공급하는데 넘치는 돈이 되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은은 되돌아오는 자금 중 시장 안정을 위한 최소한만 흡수하고 나머지는 시중으로 되돌려 보내는 ‘강수’를 쓰고 있다. 한은은 18일 7일물 RP 매각 입찰에서 은행권이 낸 응찰 금액(41조2700억 원)의 3분의 1 정도인 13조 원만 흡수하고 나머지는 돌려보냈다. 11일에도 10조4000억 원의 입찰액 중 절반인 5조 원만 받았다.

이 때문에 한은이 돈을 푸는 ‘양적 완화’를 거듭해도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과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 규모 확대 같은 ‘질적 조치’ 없이는 돈이 은행권을 맴도는 ‘돈맥경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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