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 더 공격적으로 광고하라

  • 입력 2008년 12월 21일 18시 16분


불황기에 적극적으로 광고한 기업일수록 경기 회복기에 더 큰 폭의 성장을 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제일기획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년에 국내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 중 광고비를 많이 지출한 상위 200개 기업들을 선정해 '광고 활동과 매출액 증가와의 관계'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1일 밝혔다.

불황기로 분류되는 1998년과 1999년의 평균 광고비를 1997년보다 10% 이상 늘린 55개 기업은 1999년 매출액이 1997년보다 평균 119% 늘었다. 같은 기간 광고비를 10% 이내로 늘리거나 줄이며 현상 유지한 26개 기업은 매출액이 평균 20% 늘었다. 반면 광고비를 10% 이상 줄인 119개 기업은 매출액이 오히려 2% 줄었다.

경기 회복기인 2000~2002년의 매출액 성장 대비는 더 확연해졌다.

2002년의 경우 광고비를 늘린 기업은 1997년 대비 매출액이 평균 246% 늘었다. 반면 광고비를 현상 유지한 기업은 매출액이 평균 51%, 축소한 기업은 평균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업종별로는 전기, 전자, 정보통신, 내구재 업종이 불황기 광고 투자가 회복기 매출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식품과 생활용품 업종은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제일기획은 이를 토대로 불황을 이겨내는 역(逆)발상 마케팅 전략으로 △발상의 전환을 통한 '블루 오션' 창출 △경쟁사의 위축을 이용한 공격적 마케팅 △고가(高價) 시장 공략 등 3가지를 제시했다.

동서식품은 1997년 외환위기 때 재료비 폭등과 판매물량 감소 등으로 경영 상태가 악화됐다. 하지만 영화배우 한석규 등 당시 최고 몸값이었던 모델들을 기용한 '맥심 커피' 광고를 내보내며 1997년 156억 원이었던 광고비를 1998년과 1999년 평균 203억 원으로 늘렸다. 그 결과 1998년 57%였던 맥심의 커피 시장 점유율은 1999년 64%로 올랐다.

롯데칠성은 1999년 7월 '2% 부족할 때'를 출시하며 미과즙음료(희석된 과즙음료)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 들었다. 하지만 경쟁 업체보다 2배 이상의 광고비를 투자하며 6개월 만에 매출액 160억 원에 시장점유율 88%를 달성했다. 2000년 이후에도 시장 점유율 85~95%를 유지했다.

허원구 제일기획 마케팅전략본부 국장은 "불황은 기업에게 위기인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의 시기"라며 "광고를 줄이고 움츠리기 보단 기회를 찾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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