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일시 반등? 바닥 탈출?

  • 입력 2008년 12월 22일 02시 58분


부동산 규제 전면해제 기대감에 급매물 중심으로 매수문의 늘어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 6주만에 0.51% 상승

대출금리 年5%대… 부담 줄자 급매물 걷기도

최근 서울 강남권의 부동산 시장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락세가 이어지던 재건축 아파트 일부가 상승세로 돌아서는가 하면 고가(高價) 아파트의 급매물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현장의 부동산 중개인들은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이자가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선 데다 정부가 남은 부동산 규제를 전면적으로 해제하겠다고 내비친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일시적인 반등인지,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는 과정인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 강남권 급매물 거래 이뤄져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6억8000만 원대에 급매물이 나와 있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m²는 최근 거래가 이뤄졌다. 현재는 저층부에 7억2000만 원짜리가 가장 낮은 가격이다.

대치동 G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한 달 전에는 매수 문의조차 없었지만 최근 급매물들은 조금씩 들어가는 반면 매수 문의는 다소 늘었다”고 전했다.

7월에 입주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109m²는 이달 초 7억 원대의 매물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거래가 한두 건씩 이뤄지면서 최저가 매물은 7억5000만∼7억8000만 원으로 가격이 올라갔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 서울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 매매가변동률은 ―0.92%로 전 주(―1.85%)에 비해 하락세가 둔화됐다. 특히 송파구는 지난주 ―2.44%에서 이번 주 0.51% 상승했다. 재건축 규제완화책이 나온 11·3대책 발표 뒤 반짝 상승세를 보인 이후 6주 만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112m²도 급매물이 7억7000만∼7억8000만 원까지도 나왔지만 현재는 가장 낮은 가격대의 매물이 8억8000만 원대로 며칠 사이 1억 원이 올랐다.

○ “돈이 풀려야 반등 시작”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의 일부 급매물들이 거래된 것은 금리인하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이번 주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지난주 대비 0.51%포인트 하락한 연 5.0∼6.5%대로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떨어지는 추세다.

강남권 급매물들이 대출 이자 부담으로 나온 것들이 상당수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자 부담이 줄면서 내놨던 매물을 다시 거둬들일 여유가 생긴 셈이다. 또 서울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 등 전면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도 크게 작용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부동산 규제가 전면 해제되면 주택거래신고제, 대출규제, 조합원 지위양도, 상한제 폐지에 따른 재건축 수익성 개선 등 기대되는 호재가 많다”며 “그간 누적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본격적인 반등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 하는 금융권이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에 돈을 풀기에는 여력이 안 된다는 것.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단지와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등 적지 않은 신규 입주 물량이 남아있는 점도 시장에는 부담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자본확충 펀드 등을 통해 금융권의 자금 경색이 풀리고 나서야 돈이 부동산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는 시점이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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