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찬 대표 “대기업서 나올 유능한 인재 영입”
김덕용 대표 “환란때도 감원않고 잘 넘겨 성장”
안승한 대표 “미래 위해 연구개발비 안줄일 것”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중소 제조업체들에 내년은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모두 움츠리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아일보는 기계와 휴대전화 부품 분야에서 내년을 대비하는 우량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3명에게서 ‘혹한의 계절’을 이겨내겠다는 각오를 들어봤다. 이들 업종은 지식경제부가 이달 초 정부 위기관리대책회의 보고자료에서 내년에 수출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 분야다.
○ “외환위기가 성장 발판돼”
“저희에게는 과거 외환위기가 오히려 회사를 키우는 발판이 됐습니다. 내년은 유능한 인재를 많이 뽑을 수 있는 기회로 봅니다.”
직원 300여 명의 중장비 제조업체 에버다임의 전병찬(53) 대표는 오히려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때 주수출처가 동남아시아였는데 거래가 다 끊어졌습니다. 물건 팔 곳이 없어 고생하다가 눈을 돌린 곳이 중남미였죠. 다들 선박 운임이 비싸다며 무리라고 했는데 갈 곳이 없어 간 곳에 큰 시장이 있었습니다.”
도산한 국내 건설업체에서 헐값에 나온 좋은 중고 장비를 싸게 구입해 중남미 기업들에 팔거나 대여를 해줬다. 현지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에버다임은 1999년 2000만 달러 수출 탑과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전 대표가 역설적으로 ‘외환위기의 덕’을 본 것은 그뿐 아니다. 대기업에서 나온 ‘실력파’ 직원들을 영입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는 것. 그는 “이달에도 사람을 뽑고 내년에도 뽑겠다”며 “구체적인 수치는 모르지만 많은 회사가 어려워질 것이고, 유능한 사람들이 나오면 우리가 데려다 쓰겠다”고 밝혔다.
○ “구조조정 않고 위기 넘긴다”
이동통신 기지국용 부품·장비 제조업체인 KMW의 김덕용(51) 대표는 “직원들이 구조조정이 있지 않겠느냐며 동요하기에 ‘지금으로선 그럴 계획이 없다, 전에 어려울 때도 잘 넘어가서 크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외환위기로 힘들던 1998년 직원들에게 “1년간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매출이 반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그 말을 지켰다. 다음 해인 1999년 유급휴가제를 실시하고 자신의 주식을 팔아 100억 원을 회사에 기부했다. 결국 외환위기와 2000년대 초의 정보기술(IT업계) 불황을 이겨내고 지난해 매출 1269억 원, 영업이익 256억 원의 우량 중소기업이 됐다.
“솔직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게 영원히 가진 않겠죠. 기술인력은 내보냈다가 다시 불러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은행 차입을 해서라도 구조조정 없이 버텨보려 합니다.”
○ “움츠리면 미래 안 보인다”
휴대전화기용 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0%인 피델릭스의 안승한(50) 대표는 “올해 4분기는 아주 나빴고, 내년 1분기까지도 그럴 것 같다”면서도 “우리는 아직 커가는 회사다. 구조조정은 생각지 않고 연구개발비도 줄일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피델릭스의 직원 73명 중 절반가량은 연구개발 인력이다.
“움츠리면 미래가 안 보입니다. 연구개발비는 줄이지 않으려고요. 그만두면 지금 당장은 형편이 낫겠지만 내년 말이나 내후년이 안 좋아질 겁니다.” 안 대표는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재무제표를 좋게 하려고 연구개발비를 줄이다가 곤란해진 회사를 여럿 봤다”며 “상황이 안 좋을 때 신규 사업에 나서는 건 조심해야 하지만 벤처기업은 개발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