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장동건 소지섭 김태희 전지현, 가수 비와 보아.
국내에서 출연료가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 연예인들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디지털카메라 CF 모델로 활동했거나 현재 활동 중이라는 점입니다. 2003년 올림푸스코리아가 ‘마이 디지털 스토리’라는 광고 캠페인을 하면서 업계 최초로 빅 모델인 전지현 씨를 기용했죠. 당시 광고는 “디지털 기기에 처음으로 감성적인 부분을 대입한 마케팅 성공 사례”로 평가됩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디지털카메라 광고는 국내 톱 모델들의 격전장이 됐습니다.
6개월 혹은 1년에 수억 원씩을 줘가며 톱 모델을 쓰는 것은 회사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일본 제품들의 홍수 속에 콤팩트 카메라 부문에서 홀로 선전(善戰)하고 있는 삼성테크윈은 2006년 여름 장동건 씨를 모델로 발탁했습니다. 당시 프리미엄급 디지털카메라인 ‘블루(VLUU)’ 라인업을 출시하면서 “10, 20대는 물론 구매력이 있는 30대까지 폭넓은 팬을 확보한 장 씨가 적격이라는 판단에서였다”고 합니다. 둘의 궁합은 비교적 잘 맞아서 올해 7월 세 번째 계약을 해 아직 TV에서 장 씨의 광고가 방영되고 있죠.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무게중심이 대중을 상대로 한 콤팩트 카메라에서 전문가용 디지털렌즈교환식(DSLR) 카메라로 옮아가고 있다는 것도 톱 모델 기용의 한 배경입니다.
소니코리아는 콤팩트 카메라인 ‘사이버 샷’의 경우 비교적 신인급인 영화배우 이연희 씨를 모델로 썼지만 작가주의를 콘셉트로 내세운 자사(自社) DSLR 브랜드 ‘알파’ 시리즈는 지난해 말부터 소지섭 씨를 얼굴로 내세웠죠. 소니 관계자는 “소 씨 특유의 무게감 있는 카리스마와 고유의 스타일, 수준급 사진 실력이 알파와 닮았다”고 말했습니다.
니콘이미징코리아는 가수 비와 지난해 3월부터 2년째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니콘의 철학인 ‘니콘 리얼리티’를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설명이네요. 그러나 디지털카메라 업체들이 무조건 톱 모델만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캐논코리아는 자사 대표 제품인 ‘익서스’ 시리즈에 유명 모델을 쓰는 대신 카메라 자체를 부각하는 내용으로 광고를 만들고 있죠. 이 회사 관계자는 “캐논의 한국법인이 생긴 이후 단 한 번도 유명인을 광고모델로 쓴 적이 없다”며 “최근 만든 광고도 ‘리얼 콤팩트’라는 콘셉트 아래 익서스의 개별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얘기했듯 디지털카메라와 톱 모델의 만남을 처음 주선했던 올림푸스코리아도 최근 광고전략을 수정했습니다. 물론 경기 불황이 심화하면서 생필품이 아닌 디지털카메라의 시장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자 광고비를 절감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보아, 전지현 씨를 거쳐 지난해 9월부터 톱 여배우 김태희 씨를 모델로 쓰던 이 회사는 김 씨와의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인 8월부터 ‘모두의 DSLR’라는 콘셉트로 일반인 모델을 대거 기용한 광고를 방영했죠. 10월부터는 아예 제품이 아닌 기업광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계약 기간이 10월 말까지였던 김 씨와는 자연스럽게 결별했습니다.
다른 회사들이 내년에도 톱 모델 마케팅을 계속할지는 꽤나 관심사입니다.
부동산 광풍이 불던 2005, 2006년 수십 개 건설사가 앞 다퉈 톱 모델 경쟁을 벌였던 것이 문득 생각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톱 모델이 살고 있다”는 아파트를 TV에서 보는 것은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